LG이노텍의 차량용 전기장치(전장)부품 사업이 빠른 속도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차 협력사(티어1)들을 대부분 고객사로 확보했다.

LG이노텍, 올해 전장부품 매출 '1兆 시대' 연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 10곳 중 8곳에 전장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보쉬, 콘티넨탈, 현대모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2007년 차량 제동용 정밀모터를 양산하며 전장 사업에 뛰어든 지 12년 만이다. 전장부품산업은 안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고 관련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사들이 한 번 부품을 받기 시작하면 웬만해선 공급사를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해 고객사의 신뢰를 얻으면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LG이노텍이 공급하는 전장부품은 모터, 통신모듈, 카메라 등으로 다양하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1~3월) 전장부품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늘어난 2729억원이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카메라모듈과 전기차용 파워 부품 판매 호조가 매출 증가의 주요인이다. 올해 전장부품사업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전과 정보기술(IT) 기기용 부품이 주력 사업이었던 LG이노텍은 2005년부터 차량용 부품사업을 준비했다. 연비를 줄이기 위해 차량부품이 △소형화 △경량화 △초정밀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7년 처음으로 차량 제동용 정밀모터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반자율주행의 핵심인 ADAS용 카메라모듈을 양산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차량 부품사업으로 이식한 것이다.

지금은 20여 종의 전장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에 필수적인 차량·사물 간 통신(V2X) 모듈, 전기차용 부품인 배터리제어시스템(BMS), DC-DC 컨버터, 전기차 충전용 통신컨트롤러(EVCC) 등도 만든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품질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탈과 셰플러 등으로부터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를 계기로 전장부품 사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부품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외형 성장에 비해 뒤처지는 수익성 확보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연구개발(R&D) 확대와 해외 생산 시설 투자로 지난해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부문은 153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