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대장정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로 당장 회군하는 대신 ‘정책투쟁’으로 투쟁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황 대표는 27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주 동안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확인한 우리 민생의 현주소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이제 한국당은 대안을 만들고 국민과 함께 정책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를 수행할 직속 위원회를 이달 말까지 출범시키기로 했다. 황 대표는 “새로운 경제 비전을 수립하고 분야별 입법과 예산까지 세부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생 대장정에서 취합한 170여 개 건의 사항을 반영하는 작업에도 돌입하기로 했다.

황 대표가 국회 정상화보다는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는 대여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노선을 밝힌 것이다. 황 대표는 국회 정상화 조건에 대해 “민주적이지 못한 국회 운영이 계속된다고 하면 국회 복귀는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잘못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해야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1 대 1 영수회담’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황 대표는 “바로 만나면 되는데 무엇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5자 회담 같은 식으로 복잡하게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원외 인사인 황 대표로선 당장의 무리한 국회 정상화보다는 존재감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당내 ‘국회 복귀’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게 정책투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국정 파행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며 “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기 전엔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투쟁이 길어질 경우 총선 준비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 우려에도 황 대표는 장외 투쟁 자체가 ‘총선 준비’라고 대응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투쟁과 민생 대장정은 총선 준비의 측면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각 당협의 역량이 발휘됐고 당에 대한 헌신도 봤는데 이게 바로 총선 준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장정하는 동안 민주당 공천 관련 기사를 봤는데 민주당 공천안은 친문(친문재인) 일색의 공천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당은 국민을 위한 공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외 투쟁이 지지층 결집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당 안팎 평가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여론조사를 보면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며 “외연이라는 게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당을 향한 국민들 사랑이 커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요구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강원 산불 재해 대책을 말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반대한다면 황 대표 대안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에 돌아와 추경과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민생 문제를 풀려면 국회로 돌아와 입법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촉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