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주미대사관 간부급 외교관 K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이번주 안에 마무리한다.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제1차관은 이번 사건을 ‘범법행위’로 규정했다.

조 차관은 27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막 종료된 미국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보안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보안심사위원회를 오늘 열었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3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K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대사관 전체가 이번 감찰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윤제 대사도 감찰을 받았는지에 대해 외교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보안심사위원장을 맡은 조 차관은 “고위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 범법행위로 판단하고 있다”며 “온정주의와 동정을 앞세우지 않고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도 이날 이틀째 간부 대책회의를 열고 같은 취지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씨를 비롯해 다른 대사관 직원들도 징계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직원들은 업무 연관성이 없음에도 정상 간 통화 내용을 확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로 분류돼 있으며, 주미대사만 취급 권한을 갖고 있다. K씨 ‘윗선’으로도 ‘관리 책임’을 물어 징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한 기자단 질의에 조 차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에서는 인사제도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차관은 지난 24일 이례적으로 취임사의 절반 이상을 인사 방침에 할애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외교부는 타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강과 규율이 느슨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고 있다”며 “인사 명령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이라는 규율이 좀 더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과감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외교부는 국장, 과장에 보임되는 경쟁이 상당히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조 차관은 “국립외교원장 시절부터 외교부 내 인사 쇄신과 관련해 강 장관과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이뤘다”며 “장관이 출장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