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만을 남겨줄 수는 없죠. ‘품위 있는 국토’를 조성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한만희 아가(雅家)포럼 공동대표(63·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사진)는 “현직에 있을 때는 안정적인 주거 공급 및 관리 측면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거 공간을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아름다운 국토를 만드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가포럼은 ‘아름다운 주택포럼’의 약칭이다. 우리의 가정, 마을, 국토를 정성껏 가꾸자는 취지로 2014년 출범했다. 아가포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아름다운 우리 아파트 사진’ 공모전이다. 아가포럼은 대한건축사협회·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이달 말까지 ‘아름다운 우리 아파트 사진’ 공모를 받고 있다. 한 대표는 “거주민들이 아파트 자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진전을 구상했다”며 “올해까지는 아파트 사진만 받고 있지만 앞으로 단독주택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가포럼의 활동은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로 변에 있는 주택을 수리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방범창을 부드러운 디자인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포럼 회원들과 함께 경기 부천시에 홀로 거주하는 한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방범창을 색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벽지도 새롭게 도배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2013년 공직을 떠나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학계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5년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원장을 지낸 그는 “매년 4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의 젊은 공무원들이 한국 도시개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도시가 급성장한 건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이를 수정하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빨랐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실패를 교훈 삼아 외국 학생들이 성공의 길을 비교적 정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스마트시티다. 그는 지난해 6월 창단한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스마트시티연구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시티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ICT에 적합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들의 기능을 조율하는 ‘도시 행정’의 지원이 있어야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를 하나의 거대한 공간 단위로 바라봐야 합니다. 각 도시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지향성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은 국토 전체를 하나의 도시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죠.”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