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나(나상욱)는 장타 계열과는 거리가 있다. 평균 비거리가 시즌 290.7야드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전체 123위다. 그런데도 전체 4위에 올라 있는 토니 피나우(312.4야드) 같은 ‘괴물 장타자’를 밀어내고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한 건 ‘장난감’처럼 다루는 아이언과 웨지 덕분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린 적중률(GIR) 1위 등 예리한 아이언 공격력을 자랑했다.

정확도의 비결은 세 가지 정도다. 우선 풀샷 대신 쿼터샷(4분의 3 스윙)이나 하프샷(4분의 2 스윙)을 즐긴다. 대신 좀 더 긴 클럽을 잡아 거리를 맞춘다. 두 번째는 낮은 탄도다. 그의 친형인 나상현 프로(SBS골프 해설위원)는 “상욱이(케빈 나의 한국 이름)는 10대 때 유러피언 1부 투어를 1년간 뛴 적이 있는데, 이때 바람 같은 다양한 변수에 적응하는 저탄도 샷을 익혔고, 지금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말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낮게 날리는 게 정확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몸통이 아닌 머리를 회전축으로 삼는 ‘헤드스윙’이다. 케빈 나는 “헤드업을 하지 말라고 해서 머리를 너무 잡아 놓으면 목과 몸통이 유연하게 돌아가지 못해 정확한 방향과 거리를 내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빈 나는 임팩트와 거의 동시에 머리가 반(反)시계방향으로 회전해 물 흐르는 듯한 아이언 스윙을 만들어 낸다. 나상현 프로는 “헤드업은 상하로 출렁거리는 것일 뿐, 좌우로 회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게 아니다”며 “목이 부드러우면 스윙에도 힘이 덜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