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특정 단체와 자료 공유
증명서류 검증 절차·시간 확 줄여
“불필요한 시간·인력 줄인다”
신한은행은 27일 대출업무에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은행의 대출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대출받을 때 소득 및 재직 증빙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요즘은 은행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자동으로 소득정보를 불러오는 ‘스크래핑’ 기술을 적용하면서 고객이 일일이 서류를 떼 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스크래핑으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 자료로 한정돼 있다. 특정 협회나 단체조합 등에 소속된 사람의 자격 확인이나 기타 증명서류가 필요한 대출은 여전히 절차가 복잡하다. 대출받으려는 사람이 소속 기관에서 증명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하면 은행은 서류의 진위 여부를 수작업으로 검증하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게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이라고 신한은행은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 여러 대의 컴퓨터가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거래 참여자가 해당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고 대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의 새로운 검증 시스템은 이 같은 블록체인 특성을 기반으로 협약을 맺은 특정 협회, 단체 등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형태다. 특정 협회에 소속된 고객의 자격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날 이 시스템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에게 금리를 우대해주는 ‘신한 닥터론’ 상품에 먼저 적용했다. 해당 고객이 대출을 신청할 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소속 정회원이라는 것이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기존에는 서류 발급 및 은행 방문까지 2~3일 걸렸다. 고객은 서류 발급 및 점포 방문 시간을 줄이고, 은행과 소속기관은 서류 검증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확산되는 블록체인 기술
신한은행은 다양한 비대면 금융상품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비대면 상품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쏟아지는 데 따른 대응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도 블록체인 기반이다. 다른 국가의 유통업체와 은행 등에서 발행한 디지털자산과 전자화폐를 블록체인으로 연결해 자유롭게 교환·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LG그룹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수단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은행업무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고객들이 얼마나 주목하고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