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을 수행해 해외 출장 중인 박 실장은 이날 “눈만 뜨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드는 청탁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정성껏 듣고 설명하려 애썼다”며 “하지만 결과가 요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인간적 배신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날히 느는 것은 주변의 서운함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청탁이 끊이지 않는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 뻔히 사법처리가 되는 사안들을 가지고와서 자기만 특별히 처리해 달라고 한다”며 “남의 민원은 청탁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자신의 청탁은 정당한 민원이라고 우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는 자체가 지긋지긋하다”며 “사람의 아픔이 담긴 민원보다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만 같다. 서운함과 배신만 남는 사람 사이가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박 실장이 해외 출장 중에 이 같은 글을 올린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밀려오는 각종 악성(惡性) 민원에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실장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정청탁을 거절했다가 상대방이 불륜 의혹 등을 제기해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