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넥스트 코리아'
해외기업 7000여곳 모여들어
현지 자산운용사도 인수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사장은 “일부 국내 투자회사가 베트남에서 큰 시련을 겪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려 했던 2007년, 피데스는 호찌민에 사무소를 내고 현지 리서치 전문가를 채용했다”며 “이들을 활용해 매년 베트남상장회사투자편람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5년까지 8년 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국내외 투자자들이 피데스를 베트남 전문 운용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송 사장은 ‘넥스트 코리아’로서 베트남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있다. 송 사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7000여 개에 달하는 해외 기업이 속속 모여들면서 베트남 경제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것처럼 베트남도 ‘홍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7.08%를 기록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6%대 중반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3.3%)과 신흥국 경제성장률(4.4%)을 크게 웃돈다.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긍정적”이라는 게 송 사장의 설명이다. 송 사장은 “베트남증권위원회(SSC)가 최근 외국인의 주식 소유 한도를 폐지하고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 간 합병을 추진하는 등 각종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며 “SSC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 목표치를 기존 70%에서 100%로 높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베트남 VN지수가 1160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 사장은 “올해 탕롱자산운용을 인수해 현지 운용력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 사장은 “지금까지 상장 주식 위주로 투자해왔다면 앞으로는 메자닌, 대체자산 등에 투자하는 다양한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며 “이 같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축적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제대로 된 펀드매니저 한 명을 양성하는 데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넥스트 코리아를 물색해 베트남을 발견했고, 10년 이상 투자해 입지를 단단하게 다진 만큼 이제 결실을 맺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광주일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증권 등에서 일했다. 1997년 고교 동창이자 회사 동료였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의 모태인 미래창업투자를 창업했다. 박 회장과 동업하다 헤어진 1998년 송 사장은 피데스자산운용의 전신인 피데스투자자문을 설립하고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