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추락' 코오롱생명·티슈진 후속 신약 개발 사업도 위기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넷째 자식'이라며 아꼈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28일 취소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 개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히 인보사 원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존폐 기로에 섰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인보사의 매출 비중이 5% 이하인 코오롱생명과학과 달리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주력 개발품목으로 내세워 집중해왔다.

실제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적응증(치료범위)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기존에 허가받은 무릎 골관절염 외에도 추간 디스크, 고관절 골관절염, 동물 골관절염 등에 쓰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날 인보사가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관련 연구개발도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보사 퇴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의 향후 신약 개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코오롱생명과학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는 원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코오롱생명과학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단 코오롱생명과학은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과 관련, 고의적 은폐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문에서 "17년 전 코오롱티슈진의 초기 개발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품목허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실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 요구 및 현장 실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왔다"며 "취소에 있어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결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