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당·자유민주당 유럽의회선거 돌풍에 양대정당 정책변화 조짐
양극화되는 英 정치권…보수당은 '노 딜'·노동당은 EU 잔류?
영국의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유럽의회 선거 참패 후 브렉시트(Brexit) 정책 궤도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보수당은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굳히고 있다.

반면 노동당은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는 물론, 아예 EU 탈퇴 반대마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대 정당의 브렉시트 정책이 '양극화'하면서 의회 내 타협점 모색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맛보면서 보수당 차기 당대표 후보자들은 연일 브렉시트와 관련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한 TV 토론에서 "유권자들은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EU를 떠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우리를 내쫓을 것"이라며 차기 당대표는 브렉시트 완수를 위한 강인함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은 "유권자들은 우리가 10월 31일 EU와 깨끗이 결별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앞으로 의회 내에서 타협에 도달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보수당이 오른쪽에서는 브렉시트당, 왼쪽에서는 자유민주당의 공격을 받아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가장 유력한 차기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노 딜'을 감수하더라도 10월 말 반드시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총무 역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노 딜'을 피하는 것보다 결단력 있게 EU와 결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집권 보수당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강경자세로 돌아섰다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오히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 선거 결과가 전해진 뒤 하원의원들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 내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조기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어떠한 브렉시트 합의도 또다른 국민투표에 붙이는 방안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개최에 유보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존 맥도넬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가 열리면 노동당이 EU 잔류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브렉시트 정책 양극화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 참패 때문이다.

모두 73명의 유럽의회의원(MEP)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는 브렉시트당이 1위를, 브렉시트 반대 및 EU 잔류를 내세운 자유민주당이 2위를 차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렉시트당은 이번 선거에서 31.6%의 득표율로 모두 29석을, 자유민주당은 20.3%의 득표율로 16석을 각각 차지했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또다른 정당인 녹색당 역시 12.1%의 득표율로 7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노동당은 10석(14.1%)에 그쳤고, 보수당은 4석(9.1%)만 확보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4년(38.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37%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유럽의회선거에서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브렉시트당에, EU 잔류 지지자들은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에 표를 던졌다.
양극화되는 英 정치권…보수당은 '노 딜'·노동당은 EU 잔류?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채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한 보수당과 노동당에 대한 실망이 이번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브렉시트를 달성하지 못한 양대 정당의 실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배신감이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10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단행하지 않을 경우 차기 총선에서도 브렉시트당이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