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서 고양 삼송지구를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 중간점검에서 경제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성을 끌어올릴 만한 대안이 부족해 연말 최종 예타 조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서울 은평뉴타운과 경기 고양 삼송지구 등 신분당선 연장의 수혜지역으로 꼽힌 수도권 서북부 지역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역과 고양 삼송역을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적타당성이 낮게 분석되면서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불투명해졌다.   /한경DB
서울 용산역과 고양 삼송역을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적타당성이 낮게 분석되면서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불투명해졌다. /한경DB
“신분당선 연장, 경제성 부족”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 예타 중간점검에서 “지역별 이용 수요와 도로에서 철도로의 전환 수요가 불일치하는 등 분석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경제적타당성(B/C)이 극히 낮게 분석돼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 예타 조사와 관련한 추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종 예타 결과가 나올 올해 말까지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칠 것”이라며 “어떤 새로운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말했다.

경제적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의 길이나 역 위치를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며 “현 단계에서 (노선변경을)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한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 최종 예타 조사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온다.

신분당선 연장 '삐걱'…원흥·삼송 집값에 '찬물'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서울 용산~은평뉴타운~경기 삼송지구)은 사업비 1조6532억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서울역·시청역을 거쳐 종로구 상명대역, 은평구 독바위역을 지난다. 이후 은평뉴타운을 넘어 삼송역으로 이어지는 총 18.4㎞ 길이의 노선이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은 작년 6월 신청 세 번째 만에 예타 조사 대상 사업에 포함됐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두 번 거절당했다. 서울시는 동빙고~삼송을 잇는 노선을 용산~삼송으로 바꿔 사업비를 낮췄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제성이 없다’는 중간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인 철도사업은 B/C값이 1.0을 넘어야 추진하지만,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사업은 0.86을 기록했다.

“신분당선 믿고 분양 받았는데”

은평구와 원흥·삼송지구 등 경기 서북부 지역은 침통한 분위기다. 특히 대중교통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삼송·원흥지구 주민들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의 조속한 실행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창릉지구 고양선은 예타 면제로 조속히 진행하고 있다”며 “도로가 좁고 지하철 인프라도 열악해 신분당선 연장이 시급한 만큼 예타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분당선이 관통할 예정인 고양 삼송지구 인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송지구 W공인 관계자는 “신분당선 연장 계획을 믿고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이들이 많다”며 “예타 통과가 좌절되면 부동산 가격이 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연장을 요청한 고양 식사지구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식사지구 주민은 지난 21일 ‘고양선’ 및 ‘신분당선’ 연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