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공공기관 '실험실' 스타트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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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車 기술을 의료기기에
대기업과 협업으로 유럽 진출까지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확대
대기업과 협업으로 유럽 진출까지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확대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프면서 신체기능이 약화되고, 팔다리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 용어로 각각 ‘노쇠(frailty)’와 ‘근육감소증(sarcopenia)’이다. 노쇠는 자연스러운 퇴화 과정인 노화(aging)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운동을 열심히 한 노년층은 노화 과정에 있지만 노쇠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을 노쇠와 근육감소증 진단기술로 변환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KAIST 실험실 기업 ‘디파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전임의(임상강사)인 정희원 씨는 “연구 방향을 도시의 지형지물에서 사람의 움직임으로 바꿔 노쇠와 근육감소증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파이 같은 실험실 스타트업이 258개 설립돼 일자리 710개가 창출됐다. 미국 연구진 만난 계기로 창업
디파이는 공학자인 노현철 대표와 의과학자인 정씨가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다. 노 대표는 자신이 KAIST에서 개발한 라이다(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장비) 센서 3차원 스캔 기술과 정씨가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안단테-핏’을 만들었다. 신체균형과 보행속도, 하지근력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준다. 힘 거리 무게 등을 재는 센서를 융합하고 여기에 노쇠와 근육감소증을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이 장비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 공급됐다. 다음달엔 미국 수출 계획이 잡혀 있다.
디파이는 지난해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을 통해 설립됐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KAIST가 주관한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체기능 검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잭 구럴닉 박사 등을 만나 사업에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디파이엔 노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4명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계 주력해야”
정부 출연 연구원의 기술을 토대로 창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 제조업체 테라테크노스는 한국에너지연구원의 ‘실리콘산화물 소재 2차전지 음극소재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에너지 출력 저하가 적고 크기가 작은 2차전지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전정훈 테라테크노스 연구실장은 “대덕특구 연구소기업 기술이전사업화를 통해 실리콘산화물 나노입자 연속합성 등 최적 공정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엔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옮겨온 전문인력 7명과 신규 채용인원 14명을 포함해 21명이 근무 중이다.
무선네트워크 보안업체 노르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산하 K-ICT 본투글로벌센터 등의 조력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특허출원, 광고 및 마케팅, 시장조사 등에 관해 2016년부터 센터 컨설팅을 받았다. 중국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7’에서 준우승하면서 현지 벤처캐피털 ‘고비파트너스’ 투자를 유치했다. 이달 말 기준 직원 수는 31명으로 2017년 말 17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르마의 와이파이 보안모듈은 국내 한 대기업 스마트폰 제품에 탑재된 뒤 유럽시장 판로를 뚫었다. 정현철 노르마 사장은 “해외 진출 시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대기업과의 프로젝트 경험이었다”며 “(정부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만여 개 일자리 창출
공개 클라우드 운영체제(OS)인 ‘오픈스택’ 서비스업체인 데브스택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서비스업 혁신역량 강화사업’ 지원을 받았다. 데브스택은 이 사업 참여로 사용자환경(UI) 분야 개발 인력과 시스템엔지니어 4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픈스택은 가상화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내 자원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커뮤니티다. 세계 192개국 10만 명의 개발자와 67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장승욱 데브스택 대표는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가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가상화(NFV)를 오픈스택을 통해 구현하도록 표준화한 만큼 오픈스택이 점차 국내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 일자리 혁신관은 “정부는 R&D 성과물을 활용해 창업·기술이전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연구 개발특구를 지원하면서 지역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ICT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치한 결과 지난해 직간접적으로 4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을 노쇠와 근육감소증 진단기술로 변환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KAIST 실험실 기업 ‘디파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전임의(임상강사)인 정희원 씨는 “연구 방향을 도시의 지형지물에서 사람의 움직임으로 바꿔 노쇠와 근육감소증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디파이 같은 실험실 스타트업이 258개 설립돼 일자리 710개가 창출됐다. 미국 연구진 만난 계기로 창업
디파이는 공학자인 노현철 대표와 의과학자인 정씨가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다. 노 대표는 자신이 KAIST에서 개발한 라이다(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장비) 센서 3차원 스캔 기술과 정씨가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안단테-핏’을 만들었다. 신체균형과 보행속도, 하지근력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준다. 힘 거리 무게 등을 재는 센서를 융합하고 여기에 노쇠와 근육감소증을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이 장비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 공급됐다. 다음달엔 미국 수출 계획이 잡혀 있다.
디파이는 지난해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을 통해 설립됐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KAIST가 주관한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체기능 검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잭 구럴닉 박사 등을 만나 사업에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디파이엔 노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4명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계 주력해야”
정부 출연 연구원의 기술을 토대로 창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 제조업체 테라테크노스는 한국에너지연구원의 ‘실리콘산화물 소재 2차전지 음극소재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에너지 출력 저하가 적고 크기가 작은 2차전지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전정훈 테라테크노스 연구실장은 “대덕특구 연구소기업 기술이전사업화를 통해 실리콘산화물 나노입자 연속합성 등 최적 공정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엔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옮겨온 전문인력 7명과 신규 채용인원 14명을 포함해 21명이 근무 중이다.
무선네트워크 보안업체 노르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산하 K-ICT 본투글로벌센터 등의 조력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특허출원, 광고 및 마케팅, 시장조사 등에 관해 2016년부터 센터 컨설팅을 받았다. 중국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7’에서 준우승하면서 현지 벤처캐피털 ‘고비파트너스’ 투자를 유치했다. 이달 말 기준 직원 수는 31명으로 2017년 말 17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르마의 와이파이 보안모듈은 국내 한 대기업 스마트폰 제품에 탑재된 뒤 유럽시장 판로를 뚫었다. 정현철 노르마 사장은 “해외 진출 시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대기업과의 프로젝트 경험이었다”며 “(정부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만여 개 일자리 창출
공개 클라우드 운영체제(OS)인 ‘오픈스택’ 서비스업체인 데브스택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서비스업 혁신역량 강화사업’ 지원을 받았다. 데브스택은 이 사업 참여로 사용자환경(UI) 분야 개발 인력과 시스템엔지니어 4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픈스택은 가상화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내 자원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커뮤니티다. 세계 192개국 10만 명의 개발자와 67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장승욱 데브스택 대표는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가 5세대(5G) 이동통신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네트워크 가상화(NFV)를 오픈스택을 통해 구현하도록 표준화한 만큼 오픈스택이 점차 국내에서도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 일자리 혁신관은 “정부는 R&D 성과물을 활용해 창업·기술이전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연구 개발특구를 지원하면서 지역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ICT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치한 결과 지난해 직간접적으로 4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