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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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올 2분기 들어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원화 약세는 수출주의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환차익 때문이다. 무역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관련 기대감이 수출주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들어 전날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0.65원이다. 이는 전분기의 1125.72원과 2018년 2분기 1079.89원보다 각각 3.10%와 7.48% 높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판매량의 변화가 없다면 달러 매출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2분기에 1달러를 팔고 1079.89원을 벌었다면, 이번 분기에는 7.48% 더 많은 1160.65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화 약세를 촉발시킨 미중 무역분쟁이다.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 수요가 둔화되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 자동차 이익 개선으로 연결

JP모간증권에 따르면 과거 원화 약세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및 타이어, 면세점,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의 국내 기업에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달러 매출이 많은 가운데 비용은 원화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음식료 조선 유틸리티 운송 등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수입되는 원자재로 원가가 올라가서다.

수출 기업이 많은 한국 증시에서 원화 약세는 통상적으로 영업이익률 증가로 이어졌다. 2000년 이후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원화 약세 시 상승, 원화 강세 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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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가에 있어 업종별 승자는 명확하지 않았다. 원화 약세 구간별로 국제유가 무역긴장 경기침체 등 원인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다만 내수주(소비재)는 원화 약세 기간마다 하락세를 보였다.

JP모간증권은 이번 원화 약세에서 모든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가 달러 뿐 아니라 유로 위안 엔 등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환차익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의 경우 엔 대비 원화 약세는 국내 생산 자동차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든다.

기아차는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영업이익이 5% 증가한다. 2018년 기준 한국 공장 생산비중이 54.3%를 차지하고 있다. KT&G도 수출 비중이 20% 이상이기 때문에 원화 약세의 수혜주로 꼽혔다. 원가율이 60% 수준인 한국전력은 비용 증가의 부담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IT주는 부품업체가 완성품 기업보다 원화 약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부품업체들이 원가에 비해 매출에 있어 달러 연관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완성품의 경우 기술 경쟁력과 차별화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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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해결 전제돼야"

원화 약세로 인한 한국 수출주의 수혜는 미중 무역분쟁의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 양국의 대치가 더 심해진다면 세계의 전반적인 소비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환차익도 우선 제품을 해외에 팔아야 생기는 것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이 현 상태에서 안정화되면 관련 수혜주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다음달 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미중의 태도를 확인하는 등 본격적인 원화 약세 수혜주 찾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