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자녀 아닌 배우자"
“암환자들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배우자였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의 정안숙 심리학과 교수(사진)는 이달 초 대한암학회의 국제저널인 ‘암연구와 치료’에 ‘가족중심의 문화에서 암 간병 관련 역할 분담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부부의 친분도는 각각 다르겠지만 암이 발생했을 때 남녀 모두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자녀에 비해 높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녀 환자 모두 배우자 의존도가 자녀보다 높았다. 배우자에 대한 간병 참여는 신체활동 지원 71.2%, 정서 지원 68.6%를 차지할 정도로 65% 이상 배우자에게 의존했다. 그러나 남성 환자의 아내 의존율이 더 크게 나타나는 등 의존하는 정도는 남녀가 많이 달랐다. 남성 환자는 신체활동을 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86.1%에 달했으나, 여성 환자는 36.1%에 그쳤다. 여성 환자(모친)는 딸(19.6%)과 아들(15.8%)에게도 많이 의존했다. 정서적 지원에서도 남성은 배우자(84%)에게 가장 많이 기댔으나 여성은 32.9%에 불과했다. 여성 환자는 딸(28.5%)과 아들(17.7%)에게도 10~20% 이상 의존했다.

부모가 암환자일 때 아들과 딸의 역할도 달랐다. 경제 지원에서는 아들의 역할이 컸다.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경우가 30.7%를 차지해 딸(9.5%)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딸에게는 주로 정서적 지원을 많이 요청했다. 정 교수는 “배우자는 환자의 간병을 우선하면서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자녀들은 간병보다 직장을 우선하면서 가족 불화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1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암환자 439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 평균 나이는 70.8세이며 남성 환자가 64%였다. 혼인상태 유지가 72.7%로 가장 많았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도 배우자 중심으로 의존율이 높았으나 간병에 따른 보험이나 정부의 의료제도가 한국보다 발달했다”며 “가족 구성에 따라 적절한 간병 역할이 이뤄지면서 부담을 덜 수 있는 국가 의료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