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문화 선진화에 작은 울림 전하고파"
“백화점 최고경영자(CEO)와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다들 낯선 단어의 조합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이는 유통업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생명·환경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반려동물 문화 선진화에 작은 울림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은수 한화갤러리아 대표(57·사진)가 반려동물과 함께한 일화를 소개하고 동물복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유있는 생명》을 최근 펴냈다. 그는 “반려동물도 살아갈 이유가 있는 생명이라는 의미로 제목을 지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책을 판매한 인세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1989년 한화무역에 입사해 무역부문 유럽법인장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운영팀장 등을 지냈다. 2017년 11월부터 한화갤러리아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와 반려동물의 만남은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했다. 김 대표 부부는 우연히 집으로 찾아온 고양이 미셸에게 미역국에 밥을 말아 ‘대접’했다. 이후 1년 넘게 미셸은 김 대표와 한가족처럼 지냈다. 귀국을 앞두고는 지역신문에 미셸을 맡아줄 사람을 찾는 광고까지 낸 끝에 새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다.

국내로 복귀한 김 대표는 반려견 해피와 반려묘 로빈을 키우는 ‘펫 대디’가 됐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을 돕는 등 각종 반려동물 복지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동네 인근에 길고양이 밥집 10여 곳을 설치하고 먹이를 챙겨주고 있습니다. 출근 전인 오전 6시, 퇴근 이후인 오후 9시에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돌고 있죠. 물론 일부 주민과 갈등도 있고, 유기동물 구조나 사료 비용 등으로 매달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동물보호 취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분이 많이 생겨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016년 동물 보호 관련 전문활동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동물보호단체에서 10주간 교육을 받고 전문활동가 자격증을 땄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함께 반려동물 복지 문화도 조성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사회적 도움이 적은 반려동물 사각지대를 찾아 돕는 ‘PARAN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PARAN 봉사단’을 결성해 유기견 견사 바닥 정비 작업과 대청소 등 봉사활동도 한다.

“봉사단 친구들과 방문한 식당에서 1m 목줄에 묶여 사는 반려견 메리를 구조한 적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주인의 죽음 이후 오물이 가득한 견사 속에서 몇 년간 한 번도 산책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에 친한 친구에게 소개해 입양을 보냈습니다. 은퇴한 뒤에는 시골 마을을 돌며 메리처럼 평생을 목줄에 묶여 사는 반려동물들을 돕고 싶습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