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2019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는 중국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았다. 작년 하반기 보고서 때처럼 요주의 대상인 ‘관찰대상국’ 명단에만 올렸다.

환율감시망 넓힌 美, 핵심 타깃은 中…"中 외환시장 투명하지 않다" 경고
하지만 “중국의 환율시장은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중국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환율정책 관행, 특히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또 “중국은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을 평가절하한 긴 역사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4190억달러 흑자를 냈다. 미국은 그 배경 중 하나로 중국 당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수년간 비시장적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왔다”며 “보조금과 여타 부당한 관행들이 중국과 교역 상대국 간 관계를 점점 더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평가절하하면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간주해 관세 보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작년 하반기(6개국)보다 숫자가 늘었다.

미국은 이번에 환율 감시 대상을 정하는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새 기준은 △연간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2% 초과 △GDP 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금액 2% 초과다. 경상수지 흑자 요건이 기존엔 ‘GDP의 3%’였지만 이번에 ‘GDP의 2%’로 강화됐다. 세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하거나 무역흑자가 많으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한국은 작년엔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요건 두 가지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지만, 이번엔 무역흑자가 줄어 경상수지 요건 한 가지에만 걸렸다. 미 재무부는 올 하반기에도 한국이 한 가지 요건에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전선은 월스트리트(미 금융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자본시장과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 중국은 곧바로 굽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에 이어 월가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