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현대제철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4~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조사였다. 그런데 예전 세무조사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세무조사에 대응하는 경영지원본부 직원들이 ‘오후 6시 칼퇴근’한 것이다.

현대제철의 경영지원본부(옛 재경본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내에서 근무시간이 길기로 이름난 부서였다. 특히 세무조사 등이 있으면 ‘주 7일 근무에 밤 12시 퇴근’은 기본이었다는 게 해당 부서 직원들 설명이다.

현대제철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기업의 재무 담당 직원들은 세무 공무원들의 자료 요청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어도 조사 기간에는 야근하기 일쑤다. 세무조사에 최대한 협조해 추징액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업무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PC 온·오프제를 통해 직원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팀장급 관리자 PC에 팀원 근무시간이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주 40시간 초과 직원은 이름표가 노란색으로 바뀐다. 48시간은 빨간색, 52시간은 검은색이다. 빨간색이 뜬 직원에게는 곧바로 퇴근 명령이 떨어진다. 또 오후 6시 이후에는 사무실 전원이 아예 꺼지고, 야근하려면 별도로 예정 시간을 적어 신청해야 전원을 다시 올려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전면 복장 자율화도 시작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비즈니스캐주얼 등으로 바꿀 때도 현대차그룹은 넥타이에 양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다들 근무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처럼 변화하는 데 있다”며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