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는 유통생태계의 한 축…기업과 고객의 연결자 역할"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업은 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간접자재 생산업체와 고객사(수요업체)를 연결해 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MRO시장 1위인 아이마켓코리아의 남인봉 사장(사진)은 29일 기자를 만나 ‘MRO 구매대행업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남 사장은 “흔히 MRO를 볼펜, 복사용지 등을 파는 사업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사무용품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MRO는 대기업 계열사란 태생적 한계로 지난 10년 동안 골목상권 침해와 일감 몰아주기 주범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아이마켓코리아도 삼성 계열사가 모태다.

남 사장은 MRO가 유통산업 생태계에서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고객사 입장에서 사소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수많은 품목을 개별 구매보다 더 경제적인 가격으로 공급해 준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는 한 달에 한 장의 세금계산서만 발행하면 될 정도로 구매가 간편해진다. 남 사장은 “생산업체를 대신해 판로를 개척해 주고 신용 리스크도 분산해 준다”며 “고객사가 부도를 냈을 경우 물품 납품업자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대형 MRO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남 사장은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쿼터(할당)제’ 도입을 제안했다. 모든 제품을 중소기업에서 구매하는 현재 시스템보다는 영화 스크린쿼터제처럼 전체 구매물품 중 적정 비율을 중소기업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대신 나머지는 제한을 풀어야 효율적이란 얘기다. 그래야 구매자인 공공기관이 최고 품질과 적정 가격의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갖게 된다.

아이마켓코리아는 6만여 개 공급사로부터 전기자재, 일반자재, 소방안전 등 70만 개 품목을 구매해 1000여 개 고객사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MRO 대행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2조9352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이다. 건축자재(20%), 제조설비(13%), 기계가공품(7%)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남 사장은 300억원을 투자해 MRO 물품 데이터베이스 구축했고 구매시스템 효율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검색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남 사장은 “고객사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과 연계해 품목별로 재고가 부족할 때 구매하도록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고객사 소비 패턴을 분석, 업종별로 기본 사용 모델을 만들고 이상 주문이 있을 때 경고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