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위기 쓰나미'에 대처할 수 있나
성장, 투자, 소비, 수출, 고용, 주가, 환율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전기 대비 -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중 21위로 추락했다. 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며칠 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전보다 0.2%포인트 낮은 2.4%로 하향조정했다. 이 전망치도 정부 여당이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6조7000억원의 추경이 집행되는 것을 전제했다는 KDI의 설명이다. 그런데 추경 내용을 보면 강원도 산불피해 지원, 포항 지진피해 지원, 미세먼지 저감, 국민안전 강화, 일자리·경기대응 등 대부분 재정승수효과가 낮은 소비지출과 이전지출 중심으로 돼 있어 성장기여도가 불확실하다.

투자는 완전히 말라붙은 상태다. 설비투자(-10.8%)와 건설투자(-0.1%)는 2년 연속 가파르게 감소했다. 기업 투자환경 개선과 부동산 정상화 방안이 추진되지 않고서는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민간소비증가율도 지난해 2.8%에서 2.2%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업자 증가와 자산가격 하락은 물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한 결과다.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서는 회복이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우려된다. 주력 제조업이 비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마저 부진하고 새로운 성장산업이 발굴·육성되지 않고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업자는 124만 명을 헤아린다. 구직 단념자와 그냥 쉬는 사람들을 포함한 실제 실업자는 3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이러니 소비시장이 살아날 리 없다.

기업 이익도 급락세다. 3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34조원에서 올 1분기엔 19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자연히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초 25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가 외국인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2020선으로 주저앉았다. 수출이 감소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연초 달러당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12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설상가상 우리나라가 무역의 25%를 의존하는 중국이 중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정도 있지만 외채도 1조9000억달러나 된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률 6% 유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1년 전 달러당 6.4위안이던 위안·달러 환율은 최근 6.9위안을 넘어서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인 7위안에 육박하자 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은 200억위안(약 3조4400억원) 규모의 증권을 발행해 위안화를 방어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올 2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문제는 원·위안 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만약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면 원화 환율도 1200선을 돌파하고 주가는 2000선을 하회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화유동성 부족 등 위기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경제가 추락하고 있으니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채권에 돈이 몰려 장기국고채 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돌기까지 한다.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 등 외화유동성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투자활성화와 노동시장 안정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그런데도 당청은 재정확대를 주문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고·실직자 노조가입 허용 등이 담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럴 정도로 한가한 경제 상황이 아니다. 위기 돌파를 위해 서둘러 비상계획을 가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