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친환경 에너지 체계의 원자력발전’ 보고서에서 선진국들에 대해 기존 원전의 가동 중단 대신 수명 연장과 투자를 권고한 것은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지금처럼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경제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다.

IEA가 우려하는 것은 전력 소비가 큰 선진국에서 원전 축소속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노후원전 개보수나 신규 건설이 없으면 2040년에는 원전 비중이 현재의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원전, 수력을 포함한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36% 선에서 제자리인 것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이 늘었지만 원전을 줄인 탓이다.

문제는 원전 축소로 인한 에너지 수급 차질이다. 부족한 전력을 메우려면 신재생에만 3400억달러(약 403조원)를 투자해야 한다는 게 IEA의 추산이다. 이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원전 수명 연장이 훨씬 경제적이란 얘기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에너지원(源) 간 균형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다.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1974년 설립한 산하기구다. 그런 IEA가 20년 만에 원전 관련 보고서를 내놨다는 점에서 탈(脫)원전을 추진해 온 우리 정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탈원전은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뿐 아니라 전기료 인상 압력과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까지 무수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전기가 주된 에너지원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필수다. 에너지 대계(大計)는 ‘원전이냐 탈원전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