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막말의 심리: 말하는 자와 열광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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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필요한 건 지지자들의 '열광'
대중의 '더닝 크루거 효과'도 막말 부추겨
분열 조장하는 해악에 현명히 대처해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대중의 '더닝 크루거 효과'도 막말 부추겨
분열 조장하는 해악에 현명히 대처해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전문가 포럼] 막말의 심리: 말하는 자와 열광하는 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905/07.17981902.1.jpg)
정치인의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막말이 가져오는 정치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막말을 함으로써 정치인들은 언론에서 재조명받고 자신의 존재를 더욱 부각할 수 있다.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정치인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과시 욕구의 작동이기도 하다. 막말을 하면서 상대 진영을 비난할 때는 다른 사람은 주저하며 하지 못하는 말도 자신은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영웅주의 심리가 부정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정의감 때문이라는 자기 합리화나 자기 정당화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일에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자신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평균 이상 효과(above-average effect)’가 종종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유능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유능하다고 판단하고, 진짜 유능한 사람은 자신을 유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지 못한다. 이를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한 연구자인 미국 코넬대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이름을 딴 개념이다. 이를 ‘무지에 대한 무지(unknown unknowns)’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능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행 또한 제대로 평가하고 비교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우매함이 결국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옳든 그르든 막말이나 모욕적 언사는 삼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인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말을 대하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모두 강도를 더해가는 정치인의 막말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