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회수한 만국전도의 모습.  /경찰청 제공
경찰이 회수한 만국전도의 모습. /경찰청 제공
1994년 도난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조선시대 세계지도인 만국전도(보물 제1008호)를 되찾았다. 양녕대군의 ‘숭례문(崇禮門)’ 친필을 새긴 목판도 11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9일 만국전도와 함양 박씨 문중의 고서적 116권,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 6점 등 도난당한 문화재 123점을 회수하고 이를 숨긴 50대 A씨와 70대 B씨를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A씨는 만국전도와 함양 박씨 고서적을, B씨는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을 숨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만국전도와 함양 박씨 문중 고서적은 1994년, 양녕대군 친필 목판은 2008년에 도난된 문화재다.

경찰은 문화재청과 공조해 도난당한 문화재들이 경매에 나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범인들을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각각 작년과 2013년 해당 문화재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평소 문화재를 자주 거래했다는 점을 들어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몰래 팔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회수한 만국전도는 1661년 효종~숙종 시대 문신인 박정설이 중국에서 건너온 세계지리지 ‘직방외기’에 실린 만국전도를 필사·채색한 것이다.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대륙 등이 비교적 정확히 표시돼 있으며 서양식 지도 표기법을 따랐다. 함양 박씨 문중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1989년 보물로 지정됐다.

양녕대군 친필목판은 숭례문 글씨와 한시(漢詩) 후적벽부(後赤壁賦)를 새긴 목판을 1827년 양녕대군 후손들이 분실을 염려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숭례문 복원 당시 이 목판이 도난당한 상태여서 문화재청은 탁본을 바탕으로 숭례문 현판을 복원해야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회수된 만국전도는 조선시대 민간에서 제작된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숭례문 친필목판도 현존하는 유일한 것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