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美세탁기공장, 로봇이 '10초에 한대씩'…美관세에 선제대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로봇 핵심역할, 지능형 자율공장…'손길 필요' 일부만 인력작업
6개월 생산 앞당겨, 美세이프가드 대응…관세없이 美시장 판매
'쿵, 쾅, 윙…"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슈빌 도심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의 클락스빌에 자리 잡은 LG전자 세탁기공장 생산라인.
LG전자의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첫 생산에 돌입했지만 이날 준공식과 함께 최대 생산능력인 '연 120만대 생산'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연면적 7만7천㎡ 규모의 세탁기공장 생산라인에 들어서자마자 로봇이 내는 소리로 요란했다.
1~2층 생산라인을 따라 늘어선 로봇들이 세탁기에 들어가는 금속판에 특정 모양을 내는 판금을 시작으로 각 공정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공장은 금속 가공과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라인부터 각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드는 모듈 조립라인, 세탁기 완성과 포장 라인까지 '원스톱' 자동 통합생산체계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로봇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선 결합과 제품 외관 검사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고 전 과정이 로봇의 작업으로 이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자율공장이다.
LG전자는 이 공장에 현재 약 550명을 채용했지만 생산라인에 투입된 인력은 중간중간에 드물게 눈에 띌 뿐이었다.
필요한 부품의 종류와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주문하고 공급해주는 부품공급자동화시스템(SPS)과 자동으로 제품을 포장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포장자동화시스템'을 구축했다.
완성된 제품은 인스펙션 키트를 통해 자동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불량이 발견되면 수리 또는 공정 재투입 과정을 거친다.
생산라인 사이의 공간에서는 100여대의 소형 무인운반 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 부품 등을 실어나르며 생산을 지원했다.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LG전자가 미국내에 설립한 첫 생활가전 공장이다.
LG전자의 글로벌 세탁기공장으로서는 12번째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내 세탁기 생산체제를 검토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강화되면서 2017년 8월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 LG전자 및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 같은 해 2월부터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일정보다 6개월이나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미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는 국적, 회사를 불문하고 일단 120만대까지는 20%,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120만대 이하 및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2년 차인 올해는 각각 18%와 45%, 3년 차인 내년에는 16%와 40%가 적용된다.
세이프가드 2년 차인 올해 미국으로 수출된 세탁기는 저율관세할당 기준선인 120만대를 이미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수출을 위해서는 45%의 고율 관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테네시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지 않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LG전자가 테네시공장의 준공을 서두른 배경이다.
LG전자는 현재 테네시공장에서 약 20초당 한 대씩, 월 5만대의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연말께부터는 현시설에서 최대 생산가능량인 10초당 한대, 월 10만대, 연간 12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여파와 관련,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손해를 보고 팔수는 없으니 관세를 반영해서 (미국 수출제품의) 가격을 올렸다"면서 "(올해) 미국내 판매량은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수입해서 들여오는 것이 반반쯤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현재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가운데 저율관세할당 기준선인 120만대에 포함돼 18%의 관세를 무는 물량과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물량인 각각 50% 정도 된다는 의미다.
LG전자의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세이프가드 대응 차원뿐 아니라 프리미엄급 가전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 배송시간 등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세탁기를 한국 창원공장과 태국, 베트남 공장 등에서 생산해왔다.
테네시주 공장 가동으로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물량은 유지하되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미국 외 다른 시장으로 돌리기로 했다.
LG전자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사장은 간담회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미국시장으로만 보면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불리한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국에 우리 공장들이 있는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대비해 '플랜 B'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예를 들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냉장고를 만들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라인을 한국이든, 멕시코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6개월 생산 앞당겨, 美세이프가드 대응…관세없이 美시장 판매
'쿵, 쾅, 윙…"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슈빌 도심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의 클락스빌에 자리 잡은 LG전자 세탁기공장 생산라인.
LG전자의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첫 생산에 돌입했지만 이날 준공식과 함께 최대 생산능력인 '연 120만대 생산'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연면적 7만7천㎡ 규모의 세탁기공장 생산라인에 들어서자마자 로봇이 내는 소리로 요란했다.
1~2층 생산라인을 따라 늘어선 로봇들이 세탁기에 들어가는 금속판에 특정 모양을 내는 판금을 시작으로 각 공정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공장은 금속 가공과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라인부터 각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드는 모듈 조립라인, 세탁기 완성과 포장 라인까지 '원스톱' 자동 통합생산체계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로봇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선 결합과 제품 외관 검사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고 전 과정이 로봇의 작업으로 이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자율공장이다.
LG전자는 이 공장에 현재 약 550명을 채용했지만 생산라인에 투입된 인력은 중간중간에 드물게 눈에 띌 뿐이었다.
필요한 부품의 종류와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주문하고 공급해주는 부품공급자동화시스템(SPS)과 자동으로 제품을 포장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포장자동화시스템'을 구축했다.
완성된 제품은 인스펙션 키트를 통해 자동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불량이 발견되면 수리 또는 공정 재투입 과정을 거친다.
생산라인 사이의 공간에서는 100여대의 소형 무인운반 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 부품 등을 실어나르며 생산을 지원했다.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LG전자가 미국내에 설립한 첫 생활가전 공장이다.
LG전자의 글로벌 세탁기공장으로서는 12번째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내 세탁기 생산체제를 검토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강화되면서 2017년 8월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월 LG전자 및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 같은 해 2월부터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일정보다 6개월이나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미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는 국적, 회사를 불문하고 일단 120만대까지는 20%,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120만대 이하 및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2년 차인 올해는 각각 18%와 45%, 3년 차인 내년에는 16%와 40%가 적용된다.
세이프가드 2년 차인 올해 미국으로 수출된 세탁기는 저율관세할당 기준선인 120만대를 이미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수출을 위해서는 45%의 고율 관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테네시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지 않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LG전자가 테네시공장의 준공을 서두른 배경이다.
LG전자는 현재 테네시공장에서 약 20초당 한 대씩, 월 5만대의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연말께부터는 현시설에서 최대 생산가능량인 10초당 한대, 월 10만대, 연간 12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여파와 관련,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손해를 보고 팔수는 없으니 관세를 반영해서 (미국 수출제품의) 가격을 올렸다"면서 "(올해) 미국내 판매량은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수입해서 들여오는 것이 반반쯤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현재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가운데 저율관세할당 기준선인 120만대에 포함돼 18%의 관세를 무는 물량과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물량인 각각 50% 정도 된다는 의미다.
LG전자의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세이프가드 대응 차원뿐 아니라 프리미엄급 가전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 배송시간 등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세탁기를 한국 창원공장과 태국, 베트남 공장 등에서 생산해왔다.
테네시주 공장 가동으로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물량은 유지하되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미국 외 다른 시장으로 돌리기로 했다.
LG전자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사장은 간담회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미국시장으로만 보면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불리한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국에 우리 공장들이 있는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대비해 '플랜 B'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예를 들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냉장고를 만들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라인을 한국이든, 멕시코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