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고에 골드바 11개
국세청은 가족과 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 325명을 선정해 고강도 추징 작업에 나섰다고 30일 발표했다. 모두 5000만원 이상 체납자로, 서울 시민이 가장 많은 166명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기(124명) 부산(15명) 대전(11명) 대구(5명) 광주(4명) 등 순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총 8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이들에게서 달러·엔화 등 외화, 현금 다발, 골드바 등을 확보해 1535억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체납자는 고령의 노모에게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하게 하거나 위장 이혼까지 하면서 납세 의무를 저버렸다. A씨는 세금 고지서를 받은 다음날 며느리에게 외제차를 이전하고 10여 건의 보험을 해약한 뒤 현금으로 인출해 체납 처분을 피했다. 전담팀이 그의 고급 아파트를 수색한 결과 싱크대 수납함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5만원권 1만 장(5억원)을 찾아냈다.
유명 성형외과 의사인 B씨는 현금영수증 미발행에 대한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고 지인 명의 주택에 거주하며 재산을 숨겼다. 고급 주택에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병원이 있는 건물에 위장 법인을 세워 매출을 분산했다. 수색을 통해 금고에서 2억1000만원어치 달러와 엔화를 압류하는 등 총 4억6000만원을 징수했다.
C씨는 84세 모친 이름으로 시중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했다. 국세청은 압수수색을 벌여 수표 2억원과 현금 1억2000만원, 골드바 등 4억1000만원을 압류했다. D씨 역시 배우자의 은행 대여금고에 골드바 11개를 숨겨놨다가 들통나 2억4000만원의 밀린 세금을 냈다. 체납 처분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불사하기도 했다. E씨는 이혼 후에도 아내 주소지에서 거주했다. 국세청은 이 부부의 장난감 인형에서 현금 7100만원, 안방 옷장에서 황금열쇠 등 귀금속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악의적 체납 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은닉재산 추적조사 전담조직을 운영해 왔다. 작년에는 1조8805억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했다. 올해는 집중 추적조사를 통해 지난달 말까지 총 6952억원(3185명)을 징수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