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Reliance)그룹 회장(사진)이 통신, 데이터,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기업들을 ‘싹쓸이’ 수준으로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거대 정유 회사로 덩치를 키운 릴라이언스가 이제 소비자를 상대로 디지털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바니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릴라이언스가 디지털 분야에 방점을 뒀다는 게 두드러진다. 릴라이언스의 통신 자회사 지오(Jio)가 대표적이다. 지오는 저가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내놔 3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빼앗아 인도 통신 사업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의 사티시 메나 애널리스트는 “주로 정유사업과 같이 기업거래(B2B)를 통해 이득을 얻은 릴라이언스는 인도 소비자들을 포착해 데이터, 콘텐츠 등의 생태계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바니 회장이 2017년 인수한 소규모 전자상거래 업체 아람숍(Aramshop)도 릴라이언스가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에 부합한다. 뉴델리에 본사를 둔 아람숍은 소비자들이 지역 상점에서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람숍은 전국적인 입지를 구축할 정도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릴라이언스는 인도 소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상점들과의 거래 관계를 쌓게 됐다”고 했다.

릴라이언스가 지난 3월 1500만달러에 인수한 신생벤처 그랩어그럽(Grab a Grub)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소규모 소매상들을 위한 상품을 배달하는 업체다. 이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릴라이언스는 소비자들이 지역 상점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일각에선 릴라이언스가 아마존과 플립카트를 새 라이벌로 삼고 있다고 본다. 현재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월마트가 소유한 플립카트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인도 산업분야 전문가들은 릴라이언스의 현재 목표는 디지털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데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산업을 독점한 후에 수익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릴라이언스는 인도 소비자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