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축산의 효시…삼성의 용인 양돈장 '삼겹살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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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은 언제부터 대중화됐을까. 이제 겨우 40여 년이다. ‘삼겹살’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 무렵이라고 한다. 강원 태백과 영월의 광부들 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부들은 매달 고기교환권을 받았는데, 가장 싼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삼겹살 부위를 찾았다고 한다.
삼겹살을 대중화한 것은 정부와 대기업이다. 먹거리, 특히 고기가 부족했던 1960년대 후반 정부는 키우기 쉬운 돼지를 집중 사육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사육을 맡길 만한 곳은 대기업밖에 없었다. 대기업들에 축산업 진출을 권유했다. 1970년대 중반 삼성그룹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양돈장을 용인에 세웠다.
기업 양돈은 ‘삼겹살 시대’를 열었다. 기업형 축산이 시작되자 돼지 먹이가 잔반이 아닌 사료로 바뀌었다. 그전까지 농가에서 잔반을 먹여 키웠다. 거세 등 선진적인 축산 기술도 도입했다. 개량종을 이용해 규격화된 돼지를 길러냈다. 그 결과 생강, 마늘, 청주 등으로 가려야 했던 고기 누린내가 사라졌다. 수출용과 기업 양돈장에서 키운 돼지는 이런 조리 과정을 없애줬다. 불판에 얹어 곧장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돼지는 주로 ‘3원 교잡돈(LYD)’이라 불리는 돼지다. 1970년대 삼성이 양돈업을 시작하면서 국내에 들여온 품종이다. 이 돼지는 덴마크에서 온 하얀 돼지 ‘랜드레이스’ 외할아버지와 영국 요크셔 지방 출신인 ‘요크셔’ 외할머니 사이에서 난 어미로부터 왔다. 이 어미 돼지가 미국 출신 붉은 돼지인 ‘듀록’을 만나 낳은 게 LYD다. 우리가 먹는 삼겹살에는 덴마크 영국 미국 혈통이 섞여 있는 셈이다.
삼겹살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펴내는 한국외식연감에 따르면 삼겹살은 1990년대 저가 냉동 삼겹살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생삼겹살 등이 대중화됐다. 2000년대 들어 녹차삼겹살, 와인삼겹살 등 기능성 삼겹살이 등장했다. 최근엔 저온 냉장고나 물속에서 고기를 숙성시키는 ‘에이징 삼겹살’도 인기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삼겹살을 대중화한 것은 정부와 대기업이다. 먹거리, 특히 고기가 부족했던 1960년대 후반 정부는 키우기 쉬운 돼지를 집중 사육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사육을 맡길 만한 곳은 대기업밖에 없었다. 대기업들에 축산업 진출을 권유했다. 1970년대 중반 삼성그룹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양돈장을 용인에 세웠다.
기업 양돈은 ‘삼겹살 시대’를 열었다. 기업형 축산이 시작되자 돼지 먹이가 잔반이 아닌 사료로 바뀌었다. 그전까지 농가에서 잔반을 먹여 키웠다. 거세 등 선진적인 축산 기술도 도입했다. 개량종을 이용해 규격화된 돼지를 길러냈다. 그 결과 생강, 마늘, 청주 등으로 가려야 했던 고기 누린내가 사라졌다. 수출용과 기업 양돈장에서 키운 돼지는 이런 조리 과정을 없애줬다. 불판에 얹어 곧장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돼지는 주로 ‘3원 교잡돈(LYD)’이라 불리는 돼지다. 1970년대 삼성이 양돈업을 시작하면서 국내에 들여온 품종이다. 이 돼지는 덴마크에서 온 하얀 돼지 ‘랜드레이스’ 외할아버지와 영국 요크셔 지방 출신인 ‘요크셔’ 외할머니 사이에서 난 어미로부터 왔다. 이 어미 돼지가 미국 출신 붉은 돼지인 ‘듀록’을 만나 낳은 게 LYD다. 우리가 먹는 삼겹살에는 덴마크 영국 미국 혈통이 섞여 있는 셈이다.
삼겹살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펴내는 한국외식연감에 따르면 삼겹살은 1990년대 저가 냉동 삼겹살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생삼겹살 등이 대중화됐다. 2000년대 들어 녹차삼겹살, 와인삼겹살 등 기능성 삼겹살이 등장했다. 최근엔 저온 냉장고나 물속에서 고기를 숙성시키는 ‘에이징 삼겹살’도 인기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