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여성을 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미수’에서 보듯 혼자 사는 여성이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지만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과 오피스텔은 방범 취약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단 '원룸 강간 미수'…불안에 떠는 1인 가구 여성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강간범죄 발생 장소는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1168건)와 단독주택(995건)이 각각 전체의 19.9%, 17.0%를 차지했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성범죄자들은 피해자의 옷차림보다는 혼자 있는 여성이나 침입하기 쉬운 곳 등 범행 당시 상황에 따라 대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성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주택과 오피스텔은 경비원이 없는 건물이 많고, 출입문에 보안장치가 있어도 침입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등 치안이 허술하다. 경찰에 따르면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도 여성이 건물 출입문을 열 때 따라 들어갔다.

서울 제기동에 사는 직장인 조모씨는 “누가 따라올까봐 항상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까지 기다려 집에 들어간다”며 “택배기사와 배달기사 등 출입문 비밀번호를 아는 외부인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업으로 여성이 귀가할 때 도우미들이 동행하는 안심귀가서비스가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안심귀가 지원 건수는 약 34만 건으로 2017년 서울시 전체 여성 인구(477만 명)의 7% 수준이었다. 2인 1조로 활동하며 대부분 여성인 스카우트(도우미)들이 보호 장비를 갖추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3월에는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60대 여성 스카우트 두 명을 폭행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여성안전 종합치안대책을 내놨다. 안전 취약지점에 비상벨과 미러시트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과 서울시 등이 제각기 여성 치안대책을 내놔 통합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