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교육과정에 대한 별다른 조건없이 비인가 대안학교 지원을 공교육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교육청의 인가 대안학교 지원금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일정 교과과정을 갖춘 곳만을 ‘대안학교’로 인정해온 기존 대안학교 교육을 흔드는 조치여서 서울교육청까지 반발하고 있다.
박원순 "非인가 대안학교, 공교육 수준 지원"
교육과정 개입 없이 ‘공교육 수준’ 지원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서울특별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와 비인가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비인가 대안학교 지원조례’가 내달 의원발의 형식으로 시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를 통해 서울형 대안학교 학생 1인당 연간 942만원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안학교 지원조례를 통해 추가 운영비 지원이 이뤄진다. 공교육을 받는 학생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시내에 있는 인가 대안학교는 서울교육청이 관리하는 위탁형 대안학교 4곳과 대안교육 위탁기관 35곳이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이기 때문에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정식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위탁형 대안학교의 경우 국어·사회 과목 교육 시간을 정규 학교의 50% 이상 둔다. 대안교육위탁기관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기본과목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 나머지 대안교과가 3분의 2 이하라야 한다. 교육청이 교육과정을 일정 부분 간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장학 지도를 받고 예산 심사도 받는다. 교육청이 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한 명당 지원하는 금액은 440만원에 그친다.

반면 서울시내 82개 비인가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교’가 아니다. 이곳을 다녀도 정식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학교로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지원도 받지 않는 대신 교육의 자율성은 100% 누릴 수 있다. 이들 학교가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되면 학생 한 명당 지원액은 942만원으로, 20명이 한 학급이라고 봤을 때 1억8840만원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학교는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안학교 지원을 이유로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고시 준비시키나” 비판

교육청은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의무교육 대상자들”이라며 “지원하려면 타당성과 근거가 전제돼야 하는데 도리어 학력인증시스템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도록 하는 구조가 맞느냐”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지도·감독을 받는 위탁형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위탁기관이 도리어 서울시 지원을 받기 위해 비인가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학교들은 하루빨리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혜원 꿈꾸는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기본 교과과정과 대안교과 비율을 맞추다 보면 학생들이 스스로 교과과정과 목표를 짜서 공부하는 대안학교의 특성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염병훈 대안교육협의회 대표는 “반드시 특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학력을 인증하는 시스템은 변화에 뒤처졌다”며 “검정고시처럼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자격시험이면 충분하고, 학생들이 자기만의 평가방식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