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수익성 '두 토끼' 잡는 기업이 비상한다
영국의 보다폰은 31개국에서 4억 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2위 이동통신업체다. 보다폰은 2000년대 중반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치열해질 무렵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케냐의 공기업이었던 사파리콤 지분을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케냐는 넓은 국토에 비해 금융 인프라가 취약해 송금·입금·인출이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도 제약받고 있었다.

보다폰은 케냐 현지에서 문자로 소액을 송금하는 기술인 ‘엠페사’를 선보였다. 선진국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크게 고려되지 않은 방식이었다. 현금 없이도 결제가 가능해지고 멀리 떨어진 자녀에게 송금할 수 있는 엠페사에 가입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케냐의 15세 이상 인구 3000만 명 가운데 75%에 달하는 2262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보다폰은 이집트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인도 루마니아 등 여러 개발도상국에 엠페사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가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돼 기업 글로벌 전략의 큰 축이 된 사례다.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적 성과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연결하는 경영전략을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라고 부른다.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와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함께 쓴 《넥스트 챔피언》은 ‘현대 경영전략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주창한 CSV 전략을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한 실전 경영전략서다. CSV 전략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연결한 실질적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에 올라탄 기업이 ‘넥스트 챔피언’으로 비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CSV는 널리 알려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CSR이 사회공헌이라면 CSV는 경영전략이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 시스코의 네트워킹 아카데미는 대표적 CSV 사례다. 시스코는 청년층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IT 업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IT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아카데미 졸업생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았고 거기서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시스코는 기업 매출을 올리고 업계 인력을 보충하는 데 기여했다.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에는 6000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80%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백내장 환자다. 이 안과병원은 돈 없는 사람은 형편대로 치료비를 내거나 무료로 수술을 받고, 돈이 있는 사람은 제값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박리다매로 오로지 백내장 치료만 전문으로 하며 의사 1인당 1년에 2000건의 수술을 했다. 또 비싼 인공수정체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오로랩이라는 별도 법인을 세워 직접 생산에 나섰다. 기존보다 10분의 1 가격인 인공수정체는 120여 개국에 수출됐다. 오로랩은 세계 3위 인공수정체 생산업체가 됐다. 저자들은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