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관측 제기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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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일어난 한국인 33명 탑승 유람선 침몰 사고가 다른 대형 유람선의 충돌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유발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30일 헝가리 M1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드리안 팔 헝가리 경찰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긴'(Sigyn)호와 충돌한 뒤 7초 만에 침몰했다면서 사고 원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허블레아니와 시긴 두 선박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운항하던 도중, 머르기트 다리 기둥 밑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허블레아니가 방향을 틀었고,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졸트 가보르 팔로타이 구조대장은 "두 선박이 모두 북쪽으로 가고 있었으며, 머르기트 다리 두 기둥 사이에 도착했을 때 허블레아니가 '어떤 이유로' 바이킹 앞에서 방향을 틀었고, 바이킹이 허블레아니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사고장면 목격자는 헝가리 뉴스사이트 인덱스(Index.hu)와 인터뷰에서 침몰한 유람선의 뒷부분을 더 큰 유람선이 추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언론 사이트에 게재된 인근 호텔 옥상 CCTV 화면도 대형 선박이 허블레아니호와 충돌하는 장면이 찍혔다.

사고 선박들 이외에도 당시 다뉴브강에 다수의 선박이 운항하고 있었던 상황도 확인된다.

최근 계속된 강우로 강 수위가 높아진 데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 등도 지금까지 확인된 사고 당시 현장의 상황이다.

여기에 사고 발생 장소가 부다페스트 시내와 의회 건물의 야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람선들이 붐비는 곳이었다는 게 AFP통신의 설명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던 두선박 '쾅'…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원인은
허블레아니호를 소유한 파노라마 덱의 미할리 토스 대변인은 헝가리 뉴스통신사 MTI에 "사고 경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배가 빠른 속도로 침몰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허블레아니호는 다뉴브강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으로 눈에 띄는 기술적 결함이 없었으며, 사고 당시에도 일상적인 투어를 진행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추돌사고를 일으킨 시긴호 선사 측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시긴호를 운항하는 바이킹 사는 성명을 통해 자사 선박이 이번 사고에 연루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바이킹사는 "시긴호가 밤 9시께 다뉴브강의 헝가리 관광선 근처에 있다가 사고에 연루됐다.

탑승자 중 부상자는 없으며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아직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여러 관측은 제기되고 있다.

임레 호르배트 헝가리 항해협회 사무총장은 M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긴호에 배의 위치와 움직임을 결정하는 위성항법장치가 갖춰져 있고, 사고 당시 다뉴브강의 시야가 나쁘지 않아 다른 배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인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해양사고 전문가들은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원인을 사고지점의 특이한 지형과 악천후 상황에서의 무리한 운항 가능성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같은 방향으로 가던 두선박 '쾅'…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원인은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다뉴브강은 폭이 넓지 않고 수심도 얕은 데다 모래가 쌓인 삼각주도 많아 배가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제한적"이라며 "많은 유람선이 좁은 항로로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선박사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일 밤 많은 비가 내렸고 물살이 빨랐기 때문에 피해 유람선이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대형 선박에 추돌당해 선체가 크게 파손되면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종휘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명예교수는 "강풍이 불면 강이라도 파도가 생기고 폭우로 유속이 빨라지면 선장이 사고에 대처하기 힘들다"며 "사고 당시 상대 선박 속력이 중요한데 살짝 부딪히면 전복이나 침몰까지 되지 않지만, 유속이 빠르면 선박 속도도 높아져 사고 충격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