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 효과도 제한적…외환시장 안정조치 시급"
한경연 "환율 10% 올라도 영업이익률 0.5%P 개선에 그쳐"
달러 환율이 오르면 기업의 외화환산이익이 늘고 수출 가격경쟁력은 높아지지만, 그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1천대 기업을 대상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 10% 상승에 따른 효과는 영업이익률 개선 0.5%포인트, 수출 증가율 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고 30일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0% 상승이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란 질문에 '영향 없음'이라는 응답이 32.9%로 가장 많았고 '0∼2%P 개선'(17.8%)이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모두 42.8%였지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기업도 24.3%에 이르러 응답 중앙값과 응답률을 가중평균한 결과 영업이익률 개선은 0.5%P로 추정됐다.

또한 수출 개선 효과도 미미했다.

환율 10% 상승 때 수출이 늘어난다는 기업은 47.7%로 가장 많았지만, 영향이 없다는 기업도 37.9%로 집계돼 수출 개선 폭은 1.0%P로 계산됐다.

한경연은 "최근 한국의 산업구조는 기업들이 다변화된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복잡한 생태계"라며 "환율 상승이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급격한 환율 변동(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전망한 기업은 41.4%였지만, 부정적 효과를 예측한 응답은 56.5%로 더 많았다.

환율 상승이 미치는 가장 큰 영향으로 '원자재 비용 부담 증가'를 꼽은 기업이 40.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외화환산이익 증가'(30.9%),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대(12.5%)', '수출 가격경쟁력 확대(10.5%)' 등의 순이었다.
한경연 "환율 10% 올라도 영업이익률 0.5%P 개선에 그쳐"
한경연이 소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수출 비중이 10% 미만인 시멘트 제조업체 A사는 주요 원재료인 석회석을 국내에서 조달하지만, 유연탄 수입 비용이 전체 원재료비의 20∼30%를 차지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는 거의 없는 반면 재료비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해외 생산이 가능한 수출제조업체인 B사는 최근 환율 변동으로 원재료 가격은 올랐지만, 해외 자회사에 수출하는 부품 가격은 올리기 어려워 환율 인상에 따른 이익이 제한적이다.

국내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봉강 제조업체 C사의 경우 원재료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판매가 조정이 더디고 수출 비중이 12%로 크지 않아 원화 약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둔 악기 수출업체 D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고 아시아 매출이 약 30%를 차지하는데, 국내 생산을 해외 생산으로 전환해 환율 상승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적고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매출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기업의 환율변동 대응책을 질문한 결과 환헤지상품 투자를 확대한다는 응답이 26.3%로 가장 많았고, 대응책 없음(24.4%), 비용절감 등 원가절감(23.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62.5%는 환율 급변에 대해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시급하다고 답했으며 수출 관련 금융·보증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15.8%로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