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지배적…'인하' 소수의견 나올까(사진=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5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전망 지배적…'인하' 소수의견 나올까(사진=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올 들어 연 1.75%에서 동결 기조를 이어간 기준금리가 또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 여부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올해 들어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에 동의하며 연 1.75%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5월 금통위의 '만장일치' 동결에 대해서는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울한 경기지표 출현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외 주요기관의 경제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소수의견 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수출 전망에 대한 불안이 커진 만큼 한은이 입장에 변화를 줄 만한 재료들이 추가됐다는 진단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금리와 유사한 수준과 움직임을 보인 호주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도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출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필립 로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는 최근 "연 1.5%를 유지한 기준금리의 인하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유사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통화정책 변화에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는 동결되겠지만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비즈니스 사이클상 같은 위치에 있는 호주 중앙은행은 저물가로 인한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조동철·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한은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더 큰 폭의 조정 필요하다는 점에서 7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에서는 소수의견 출현 가능성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이달 29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3년 3월 28일 이후 6년2개월 만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 부근까지 하락 또는 심지어 역전됐는데, 이는 사실상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도록 하는 압박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년 만기 국고채와 기준금리가 역전된 1~4달 후 실제 금리 인하로 연결됐다"며 "예상보다 격화된 미중 관계와 불확실해진 반도체 및 중국 경기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3분기 기준금리가 인하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는 소수의견 출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는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될 전망"이라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금통위원들의 금융안정과 물가에 대한 전망이 좀 더 수렴되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신중함을 발휘해 하반기부터 인하 근거를 쌓기 시작할 것"이라며 "실제로는 4 분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락 연구원 역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국회 승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2.6~2.7%)와 한국은행(연 2.5%), 국제통화기금(IMF·2.6%)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치다. 외국계 투자은행들(IB)은 한층 비관적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