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가상화폐 시장선점' 뛰어든 카카오…라인·페북과 경쟁
글로벌 메신저 기업들의 블록체인·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카카오도 참전한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클레이튼' 출시를 한 달여 앞둔 지난 30일 8개 파트너사를 추가하면서다.

◆ 거세지는 SNS기업들의 암호화폐 패권경쟁

31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비롯해 네이버 라인, 텔레그램 등에 카카오까지 글로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들이 앞다퉈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왓츠앱을 합쳐 25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내년 초 자체 암호화폐 '글로벌 코인'을 출시하고 10여개 국가에서 디지털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내놓았다.

보안 기능을 강조해 2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익명 메신저로 각광받는 텔레그램은 오는 3분기 블록체인 네트워크 '톤(TON)'을 출시한다. 지난해 이미 두 차례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17억달러(약 2조원)의 개발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지난 25일 테스트넷 클라이언트가 공개되며 정식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지난해 블록체인 전문기업 언블락을 설립해 암호화폐 '링크(LINK)'를 발행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를 싱가포르에 설립, 운영 중이다. 일본 내 사업을 위해 일본 금융청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클레이튼이 추가 공개한 8개 파트너사들(사진=클레이튼)
30일 클레이튼이 추가 공개한 8개 파트너사들(사진=클레이튼)
◆ 클레이튼 34개 파트너사 확정, 다음달 출시

카카오도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클레이튼을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파트너사 8곳은 △증강현실(AR) 기반 토큰서비스 '엔블록스 헌트' △블록체인 기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슬리버TV'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마켓 플레이스 '레디' △인센티브 기반 헬스케어서비스 '볼트코인' △어학재능 공유 플랫폼 '하이브' △블록체인 기반 명품 중고거래 중개플랫폼 '구하다' △토큰 보상형 SNS '세시아' 등이다.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디렉셔널'의 개인투자자 간(P2P) 주식대차거래 서비스도 클레이튼을 활용해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에 3차례에 걸쳐 공개한 26개사를 더해 모두 34곳의 글로벌 파트너들을 확보한 것. 그라운드X는 다음달 메인넷 출시 후 파트너사를 연내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이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유의미한 실사용 케이스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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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오션'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클레이튼에 줄 서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미 이더리움 등 극소수 메이저 플랫폼만 살아남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변했다. 선점 효과다. 새로 개발된 신규 블록체인 플랫폼(메인넷)들은 높은 TPS(초당거래처리속도)를 자랑하지만 자리 잡기 쉽지 않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로선 속도는 느려도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플랫폼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당수 프로젝트가 클레이튼 같은 신생 플랫폼에 줄 선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있는 '거대 생태계'(카카오톡)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주도 블록체인 플랫폼의 차별화된 강점인 셈이다.

카카오가 클레이튼과 카카오톡과의 연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음에도 전문가들이 "궁극적으로 클레이튼은 카카오톡과 연계된 서비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한 마디로 카카오톡과의 연계 없이는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에 들어올 유인이 떨어진다. 페이스북, 라인, 텔레그램 등 다른 SNS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사전에 확보한 사용자 규모와 탄탄한 생태계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클레이튼 출시로 글로벌 SNS 기업들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불 붙게 됐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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