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韓영화 100년 첫 황금종려상...CJ '문화보국' 한국영화 르네상스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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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계 최고 권위인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의 노력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CJ는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까지 총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하며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5년 전 건강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줄곧 미국에 머물며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봉 감독과 인연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4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CJ가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간 뒤 해외 판로를 개척해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 내는 등 한국영화의 글로벌 제작 역량과 위상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를 뒤에서 적극 뒷받침한 인물이 바로 이 부회장이다.
CJ는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하며 국제영화제 진출과 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게 영화업계의 평가다. CJ에 따르면 그간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7조5000억원이 넘는다.
CJ는 영화 '기생충'을 포함해 투자배급작 중 총 10편의 영화를 칸 영화제에 진출시켰다. '달콤한 인생'(2005년 비경쟁 부문),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표적'(2014년 비경쟁 부문), '아가씨'(2016년 경쟁 부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비경쟁 부문), '공작'(2018년 비경쟁 부문) 등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중에선 칸 영화제 진출 최다 작품 보유 배급사다.
오랜 적자에도불구하고 20년 넘게 문화사업을 지속해온 데는 이재현 CJ 회장의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문화보국의 사명감이 밑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1995년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투자 계약을 하러 가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본인의 비전을 밝혔다.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도 남달랐다. 당시 투자 금액은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3억달러(약 3300억원). 이 회장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이후 CJ는 IMF 시기인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열고, 영화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왔다.
CJ가 한국영화 투자 및 배급 시스템 확립,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등 영화산업에 진출한 것이 한국 영화산업 도약의 토대가 됐다. 연간 누적 관객은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8년 넘게 50%를 넘고 있다.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뿐이다.
CJ는 영화산업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 왔다. 대표적인 것은 표준근로계약서 준수. 스태프 4대보험 가입,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는 적용 시 전체 제작비가 5~10%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선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CJ는 2013년 표준근로계약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국제시장'이후 모든 영화에 의무화 하고 있다. '기생충'도 봉준호 감독이 표준근로계약에 맞춰 작업을 한 것이 수상에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이들이 만든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할 수 있다고 평소 강조한다"고 전했다.
2007년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 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던 CJ는 올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생충'이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이전 박찬욱 감독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과 영화 제작 논의도 한창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엠지엠(MGM)과 함께 '써니', '수상한 그녀'의 미국판 '바이바이바이(Bye Bye Bye)'와 '미스 그래니(Ms. Granny)’가 연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극장 사업도 순항 중이다. CGV가 독자 개발한 오감체험영화관 4DX는 6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삼면스크린을 갖춘 스크린X는 17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문화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지난 20년간 문화사업에 지속 투자를 해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한국영화 열풍의 토대가 됐다"며 "K컬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대한민국이 전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데 CJ가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CJ는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까지 총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하며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5년 전 건강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줄곧 미국에 머물며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봉 감독과 인연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4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CJ가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간 뒤 해외 판로를 개척해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 내는 등 한국영화의 글로벌 제작 역량과 위상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를 뒤에서 적극 뒷받침한 인물이 바로 이 부회장이다.
CJ는 1995년부터 32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하며 국제영화제 진출과 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게 영화업계의 평가다. CJ에 따르면 그간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7조5000억원이 넘는다.
CJ는 영화 '기생충'을 포함해 투자배급작 중 총 10편의 영화를 칸 영화제에 진출시켰다. '달콤한 인생'(2005년 비경쟁 부문),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표적'(2014년 비경쟁 부문), '아가씨'(2016년 경쟁 부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비경쟁 부문), '공작'(2018년 비경쟁 부문) 등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중에선 칸 영화제 진출 최다 작품 보유 배급사다.
오랜 적자에도불구하고 20년 넘게 문화사업을 지속해온 데는 이재현 CJ 회장의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문화보국의 사명감이 밑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1995년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투자 계약을 하러 가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본인의 비전을 밝혔다.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도 남달랐다. 당시 투자 금액은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3억달러(약 3300억원). 이 회장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이후 CJ는 IMF 시기인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열고, 영화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왔다.
CJ가 한국영화 투자 및 배급 시스템 확립,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등 영화산업에 진출한 것이 한국 영화산업 도약의 토대가 됐다. 연간 누적 관객은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8년 넘게 50%를 넘고 있다.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뿐이다.
CJ는 영화산업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 왔다. 대표적인 것은 표준근로계약서 준수. 스태프 4대보험 가입,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는 적용 시 전체 제작비가 5~10%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선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CJ는 2013년 표준근로계약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국제시장'이후 모든 영화에 의무화 하고 있다. '기생충'도 봉준호 감독이 표준근로계약에 맞춰 작업을 한 것이 수상에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이들이 만든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할 수 있다고 평소 강조한다"고 전했다.
2007년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 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던 CJ는 올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생충'이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이전 박찬욱 감독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과 영화 제작 논의도 한창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엠지엠(MGM)과 함께 '써니', '수상한 그녀'의 미국판 '바이바이바이(Bye Bye Bye)'와 '미스 그래니(Ms. Granny)’가 연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극장 사업도 순항 중이다. CGV가 독자 개발한 오감체험영화관 4DX는 6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삼면스크린을 갖춘 스크린X는 17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문화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지난 20년간 문화사업에 지속 투자를 해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한국영화 열풍의 토대가 됐다"며 "K컬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대한민국이 전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데 CJ가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