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글로벌컴퍼니] 칼 아이칸에 발목 잡힌 '옥시덴탈'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미국 정유회사 옥시덴탈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달 초 옥시덴탈이 셰일전문 업체 아나다코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칸은 옥시덴탈의 지분을 약 5%가량(16억달러 규모) 보유한 주요 주주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옥시덴탈 이사회가 550억달러에 아나다코 인수하기로 한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옥시덴탈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조치는 옥시덴탈의 아나다코 매입을 다시 되돌리려는 시도다. 아이칸은 “이번 딜은 근본적으로 엄청나게 비싼 인수”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유가에 엄청난 내기를 할 순 없다”며 “원유가 배럴당 4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회사는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의 글로벌컴퍼니] 칼 아이칸에 발목 잡힌 '옥시덴탈'
앞서 옥시덴탈은 아나다코를 두고 미국 2위 정유업체 쉐브론과 입찰 경쟁을 벌였다. 옥시덴탈은 쉐브론의 인수가(500억달러)보다 50억달러 높인 550억달러를 인수가를 제안해 이달 초 최종 인수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100억달러를 옥시덴탈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이칸은 “역사상 가장 탐욕적 투자자인 버핏 회장의 금융 지원으로 아나다코 딜이 성사됐다”고 비판했다.

옥시덴탈은 아이칸의 요구를 거절하고 절차에 따라 소송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덴탈은 성명서를 내고 “아나다코 인수는 두 회사 주주들에게 주목할 만한 가치와 수익을 줄 수 있다”며 “세계적인 에너지 리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아이칸은 “비키 홀럽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 등이 임원의 이익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주주총회를 요구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