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장에 하반기 성장세 개선…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75%로 동결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됐지만, 이날까지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회의에선 연속 동결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이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을 동결 배경으로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에 대해 "지난 4월 전망경로(올해 2.5% 성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어렵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이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인 만큼 금리를 내릴 이유도 없다고 본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장기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과 고용 등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4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4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다만 경상적자에 대해 "(배당금·관광수지 등) 특이 요인으로 인해서 경상수지의 흐름이 바뀐다 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4월에 다시 20만명 아래로 떨어져 고용상황 회복 역시 더디다.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이) 두 해에 걸쳐 29% 올렸다"며 "최저임금이 고용에 분명히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국내외 경제 여건에 금리 인상보다 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도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소수의견은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이다.
한 사람의 의견"이라며 "이게 금통위의 (인하 시사)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이런 시각이 금통위 다수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이 2% 초반대, 낮게는 1% 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금리 인하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은은 견해를 달리한다고 이 총재는 부연했다.
그는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또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점차 완화되면서 (하반기) 성장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어떤 지표와 대비해서 보더라도 (가계부채 규모가) 상당히 과다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줄 부정적 영향도 경계했다.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최근 달러당 1,200원 선에 근접한 환율 급등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다만 "환율은 금리 하나에 의해서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다"며 "1,200원을 염두에 두고 (환율을) 관리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금통위의 금리 조정은 결국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다음 회의는 7월 18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