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주총장 기습점거 뒤 이뤄진 선박 진수식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극적으로 마무리한 31일 울산 동구 본사 3도크에는 그리스 선사인 카디프 가스(CARDIFF GAS)사가 발주한 17만4000㎥급 LNG운반선(사진)에 대한 진수식이 열렸다.

길이 291ｍ, 폭 46.4ｍ, 높이 26.5ｍ 규모의 친환경 선박으로 이날 도크에 바닷물을 채워 다음날 안벽으로 선박을 빼내는 작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무리 의장작업과 해상 시운전 등을 거쳐 2020년 그리스 선사에 최종 인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수식은 노조가 지난 27일부터 회사 측의 물적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전면파업과 주총장을 기습 점거하는 등의 조직적인 방해활동을 벌인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조업이 중단되고 선박 인도가 차질을 빚으면서 해외선사에 나쁜 인상을 준 게 사실이었다”며 “이날 진수식은 노조파업 등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외국 선사에 납기를 반드시 맞추겠다는 신뢰를 주기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동안 이 선박을 진수하기까지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노조가 작업현장에 있는 천장크레인 전기를 무단 차단하는가 하면 가스 밸브를 예고없이 잠궈버리는 등 대형안전사고가 일어날 상황을 빈번하게 만들었지만 회사 측은 작업을 끝까지 완수했다. 노조의 물적분할 기습점거 등에 동조를 하지 않은 근로자가 의외로 많았던 것도 선박을 정상 건조하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1만여 명 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주총장 기습점거와 파업 등에 참여한 조합원은 2000여 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사내협력사 150여 개 업체의 1만5000여 명 근로자들은 대부분 정상 근무를 했다. 이무덕 사내협력사 대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작업장의 전기 차단 등으로 작업을 방해했지만 대부분 사내협력사 근로자들은 일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동구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노사가 서로의 불신을 씻고 세계 제1의 조선소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구 주민들은 “그동안 전례없는 불황에 휩싸이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해 1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동구를 떠났고 이 여파로 상가 휴폐업과 소비 불황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현대중공업 인근의 일산해수욕장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00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에 있던 조선업체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될 때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통탄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말뫼의 눈물’을 동구 지역 주민에게 안겨주지 않도록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