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루이스 교수 "흡연도 만성질환...금연 프로그램은 가장 비용효과성 높은 보건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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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도 만성질환입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죠. 금연 정책만큼 비용효과성이 뛰어난 보건 정책은 없습니다."
키어 루이스 영국 스완지대 호흡기내과 교수(사진)은 지난 3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금연 정책의 중요성을 다양한 근거를 들며 강조했다. 그는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한국화이자 등이 주최한 금연치료 심포지움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흡연은 만성질환"
이번 세계 금연의 날의 주제는 '담배와 폐'다. 흡연이 폐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루이스 교수는 "아직 사람들이 금연의 유익함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흡연으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에 걸린 환자라도 즉시 금연을 하면 약물치료 못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금연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것은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흡연자 70%는 효율적인 금연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담배를 끊겠다고 답한다"며 "흡연자의 뇌가 니코틴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등 흡연은 일종의 의학적 질병"이라고 말했다.
니코틴은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루이스 교수는 "니코틴은 인류가 노출된 가장 중독성 높은 물질"이라고 했다. 그는 "니코틴에 반응하는 수용체는 뇌, 간, 근육 등 인체의 여러 장기에 분포하는데 왜 이렇게 니코틴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폐질환 환자에게 니코틴이 유해한 이유는 간의 대사 효소를 활성화해 몸의 대사를 빠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루이스 교수는 "대사가 빨라지면 약물이 몸 안에서 더 급격히 분해돼 약물의 체내농도가 떨어진다"며 "적절한 효과를 보려면 기존 용량보다 더 많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금연 프로그램은 최선의 보건 정책
영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흡연을 질환으로 분류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다. 루이스 교수는 "흡연은 개인이 선택하는 기호 행위가 아니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라며 "체계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흡연자를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금연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 처방, 합병증, 입원기간 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루이스 교수는 "영국 정부에 따르면 금연 프로그램에 1파운드를 투입하면 2.37파운드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보건 정책을 입안할 때 비용효과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데 금연 정책이 이에 부합한다"고 했다.
현재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심으로 금연보조제, 약물, 상담 등 다양한 무료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지출하는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2~3%가 금연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폐 질환을 방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보건 정책들이 비용효과성을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잘 설계되지 않고 있다. 루이스 교수는 "환자의 기대수명을 1년 늘리는 데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흡입제제 등은 9만2000파운드가 소요되는데 금연은 2000파운드에 불과하다"며 "현실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흡입제제처럼 비용효과성이 낮은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열담배, 궐련담배보다 덜 유해하지 않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열담배에 대한 생각도 가감없이 밝혔다. 그는 "가열담배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가열담배가 궐련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주장은 금연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희석할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루이스 교수는 "가열담배의 증기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자료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가열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개수가 궐련담배보다 적긴 하지만 증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가열담배가 상대적으로 무해하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담배회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루이스 교수는 "그들은 1950년대에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50년 넘게 금연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던 그들이 다시 가열담배 기업을 인수해 금연을 하려면 가열담배를 피우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애석하다"고 토로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키어 루이스 영국 스완지대 호흡기내과 교수(사진)은 지난 3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금연 정책의 중요성을 다양한 근거를 들며 강조했다. 그는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한국화이자 등이 주최한 금연치료 심포지움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흡연은 만성질환"
이번 세계 금연의 날의 주제는 '담배와 폐'다. 흡연이 폐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루이스 교수는 "아직 사람들이 금연의 유익함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흡연으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폐암 등에 걸린 환자라도 즉시 금연을 하면 약물치료 못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금연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것은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흡연자 70%는 효율적인 금연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담배를 끊겠다고 답한다"며 "흡연자의 뇌가 니코틴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등 흡연은 일종의 의학적 질병"이라고 말했다.
니코틴은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루이스 교수는 "니코틴은 인류가 노출된 가장 중독성 높은 물질"이라고 했다. 그는 "니코틴에 반응하는 수용체는 뇌, 간, 근육 등 인체의 여러 장기에 분포하는데 왜 이렇게 니코틴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폐질환 환자에게 니코틴이 유해한 이유는 간의 대사 효소를 활성화해 몸의 대사를 빠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루이스 교수는 "대사가 빨라지면 약물이 몸 안에서 더 급격히 분해돼 약물의 체내농도가 떨어진다"며 "적절한 효과를 보려면 기존 용량보다 더 많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금연 프로그램은 최선의 보건 정책
영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흡연을 질환으로 분류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다. 루이스 교수는 "흡연은 개인이 선택하는 기호 행위가 아니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라며 "체계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흡연자를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금연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 처방, 합병증, 입원기간 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루이스 교수는 "영국 정부에 따르면 금연 프로그램에 1파운드를 투입하면 2.37파운드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보건 정책을 입안할 때 비용효과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데 금연 정책이 이에 부합한다"고 했다.
현재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심으로 금연보조제, 약물, 상담 등 다양한 무료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지출하는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2~3%가 금연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폐 질환을 방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보건 정책들이 비용효과성을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잘 설계되지 않고 있다. 루이스 교수는 "환자의 기대수명을 1년 늘리는 데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흡입제제 등은 9만2000파운드가 소요되는데 금연은 2000파운드에 불과하다"며 "현실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흡입제제처럼 비용효과성이 낮은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열담배, 궐련담배보다 덜 유해하지 않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열담배에 대한 생각도 가감없이 밝혔다. 그는 "가열담배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가열담배가 궐련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주장은 금연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희석할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루이스 교수는 "가열담배의 증기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자료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가열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개수가 궐련담배보다 적긴 하지만 증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가열담배가 상대적으로 무해하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담배회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루이스 교수는 "그들은 1950년대에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50년 넘게 금연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던 그들이 다시 가열담배 기업을 인수해 금연을 하려면 가열담배를 피우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애석하다"고 토로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