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관 갑질에 기강해이 논란…길 잃은 '강경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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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인사·느슨한 조직문화에
'워라밸' 강조되며 긴장감 풀어져
자체 징계 3년새 2→14건 급증
'워라밸' 강조되며 긴장감 풀어져
자체 징계 3년새 2→14건 급증
지난 8일 외교부에서는 어버이날에 맞춰 강경화 장관이 직원 부모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가 무더기로 반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훌륭히 키워주신 자제 덕분에 우리 외교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장관 명의 편지가 주소가 잘못 기재돼 배달사고가 난 것이다. 외교부는 “외주업체의 실수”라고 둘러댔지만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한국 외교의 ‘실종’에는 외교부의 느슨한 조직 문화와 폐쇄적인 인사, 이로 인한 기강해이 등 총체적 문제가 집약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한 각종 의전 실수와 보안 사고는 물론 최근에는 해외 공관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재외공관행정직지부에 따르면 최근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정재남 주몽골대사 이외에도 공관장급 인사 4명에 대한 비위 사건이 접수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실무 외교관들까지 내려가면 접수된 제보가 수십 건에 달한다”며 “예전 같으면 직원들이 참고 넘어갔던 부조리들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외교부 자체 징계 건수도 2015년 2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이미 5건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외교부의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과 느슨한 조직 문화에 강 장관 취임 이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덧입혀지면서 생겨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취임사에서 “특정 분야에 속한 동료들끼리 보직을 주고받기 하는 식으로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만 국·과장으로 일하고 해외에 나가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내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끼리끼리’ 인사 풍토를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교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강 장관 부임 이후 ‘워라밸’이 강조되면서 긴장감이 풀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차가 있는 해외 공관과의 협조 등 외교부의 업무 특성상 상명하복의 지휘계통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적잖지만 조직 문화가 바뀌면서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급 외교관은 “외교 업무 특성상 돌발적이고 불규칙한 상황이 많지만 요즘엔 직원들에게 마음 놓고 일 시키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대국 국가명 오기, 구겨진 태극기 게양,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등 최근 일어난 기강 해이 사건들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리의 실패’에 대한 리더십 부재 문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을 모두 강 장관의 조직 장악력과 연결지을 수는 없지만 강 장관이 통제를 못 하고 있는 건 명백해 보인다”며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 같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곰곰이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한국 외교의 ‘실종’에는 외교부의 느슨한 조직 문화와 폐쇄적인 인사, 이로 인한 기강해이 등 총체적 문제가 집약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한 각종 의전 실수와 보안 사고는 물론 최근에는 해외 공관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재외공관행정직지부에 따르면 최근 갑질 논란에 휘말린 정재남 주몽골대사 이외에도 공관장급 인사 4명에 대한 비위 사건이 접수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실무 외교관들까지 내려가면 접수된 제보가 수십 건에 달한다”며 “예전 같으면 직원들이 참고 넘어갔던 부조리들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외교부 자체 징계 건수도 2015년 2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이미 5건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외교부의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과 느슨한 조직 문화에 강 장관 취임 이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덧입혀지면서 생겨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취임사에서 “특정 분야에 속한 동료들끼리 보직을 주고받기 하는 식으로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만 국·과장으로 일하고 해외에 나가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내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끼리끼리’ 인사 풍토를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교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강 장관 부임 이후 ‘워라밸’이 강조되면서 긴장감이 풀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차가 있는 해외 공관과의 협조 등 외교부의 업무 특성상 상명하복의 지휘계통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적잖지만 조직 문화가 바뀌면서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급 외교관은 “외교 업무 특성상 돌발적이고 불규칙한 상황이 많지만 요즘엔 직원들에게 마음 놓고 일 시키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대국 국가명 오기, 구겨진 태극기 게양,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등 최근 일어난 기강 해이 사건들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리의 실패’에 대한 리더십 부재 문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을 모두 강 장관의 조직 장악력과 연결지을 수는 없지만 강 장관이 통제를 못 하고 있는 건 명백해 보인다”며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 같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곰곰이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