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합 협동로봇, 내년 초 출시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31일 “가라앉고 있는 한국 제조업을 다시 끌어올릴 돌파구 중 하나가 협동로봇”이라고 말했다. 협동로봇은 제조용 로봇 크기와 무게를 줄여 사람과 밀착해 작업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 로봇’을 말한다. 근로자의 움직임을 감안해 실시간으로 작업 동선과 속도를 바꾼다.
▶본지 5월 14일자 A10면 참조
‘똑똑한 액추에이터’ 가진 협동로봇
현대로보틱스의 기대작은 내년 초 선보이는 협동로봇 ‘YL012’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 만드는 협동로봇이다. 모터 감속기 엔코더 드라이버 등을 하나로 묶은 ‘스마트 액추에이터’가 들어간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물리적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이 협동로봇엔 현대로보틱스가 그동안 산업용 로봇을 만들며 쌓은 기술들이 응집돼 있다. 작업 반경은 1350㎜, 가반하중(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이 12㎏에 이른다. 국내 출시된 협동로봇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물건을 다룰 수 있다. 현재 충돌 방지, 힘제어 등 핵심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이 로봇은 지난 3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2019’에서 디자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로봇이 디자인상을 받은 것은 독일 업체 KUK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사람과 부딪쳤을 때 접촉 범위를 넓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곡면 디자인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 국산 중소기업 부품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상생 차원이 아니라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비싼 부품 가격(원가+운송비용+관세 등) 때문에 로봇 완제품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입부품에만 의존해선 만족할 만한 성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왕 회장’ 뜻에 따라 축적해온 로봇기술
현대로보틱스는 연간 4000여 대의 산업용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아크·스폿용접, 핸들링, 조립 등이 가능한 6축 수직다관절 로봇이 주력이다. 가반하중 6~600㎏에 이르는 30개 수직다관절 로봇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로봇 제어기술을 국산화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M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등 전반에 걸쳐서다. 미국에 처음 수출된 국산 차 ‘포니’가 잦은 고장으로 혹평을 받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자동화 생산공정을 위해 “로봇 기술을 확보해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전자부품을 처리하는 고속핸들링로봇 ‘HH7’도 차세대 제품군이다. 최근 시험 제품이 나왔다. 독일 KUKA, 스위스 ABB, 일본 야스카와·나치후지코시 등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겨냥했다. 스카라(수평다관절), 직교좌표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다. 소형·경량화·클린설계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모터와 감속기는 여전히 외국산이다.
협동로봇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
협동로봇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비정형(형태가 유동적인) 물품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기존 제조용 로봇은 농산물 등 비정형 물품은 들어옮길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세계 협동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덴마크 ‘유니버설로봇’ 등이 비정형 물품 처리가 가능한 협동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개발 중인 ‘Hi6 내장형 비전·동작제어 기술’ ‘구조광 기반 비전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로 꼽힌다.
현대로보틱스는 호텔 병원 등에서 사용 가능한 이동형 서비스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 10일 KT와 ‘5세대(5G) 통신기술 기반 로봇사업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마존의 물류를 담당하는 ‘키바’와 같은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다. 네이버랩스의 정밀지도 구현로봇 ‘M1’과 이 지도 기반 자율주행로봇 ‘어라운드’ 양산도 현대중공업이 맡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6위의 제조용 로봇업체인 현대로보틱스는 ‘글로벌 빅4’(ABB KUKA 화낙 야스카와)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 현대중공업 분할 당시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삼자 모두가 의아해했다”며 “로봇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