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현재 30%인 해외 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내 시장에 투자가 집중돼 있는 ‘연못 속 고래’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자산 다변화를 통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67% 수준인 국내 투자 규모는 단계적으로 줄인다.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국민연금이 맡아오던 ‘증시 안전판’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자산 다변화 가속…2024년까지 해외투자 비중 30%→50%로 늘린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2020~2024년 중기자산배분안’과 ‘2020년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커져 가는 기금운용 규모를 고려할 때 높은 수익성과 투자 기회 확보를 위해선 해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는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을 실질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고려해 연 5.3%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2024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주식 45%, 채권 40%, 대체투자 15% 안팎으로 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674조3000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 주식(17.7%), 해외 채권(4.2%), 해외 대체투자(8.2%) 등 30.1%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2024년까지 해외 주식 30%, 해외 채권 10%, 해외 대체투자 10% 등으로 해외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기금운용위가 2017년과 지난해 의결한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2022년에 해외 투자 비중은 40%, 2023년은 45% 안팎이다. 1년에 약 5%포인트씩 비중을 늘려 가는 셈이다.

현재 약 4%인 해외 채권의 목표 비중을 크게 높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해 의결한 중기자산배분안에는 2023년 해외 채권 목표 비중이 5%였다. 이번에는 2024년 목표 비중을 10%로 늘렸다. 현재 채권 포트폴리오의 92%가 국내에 몰려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채보다 수익성이 높은 회사채 등의 해외 투자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및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투자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41년까지는 국민연금 운용 자산이 계속 불어나기 때문에 비중이 줄어도 국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증시에 신규 자금을 넣기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1년에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