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랑들 '거장' 작품들로 분위기 압도
가볍고 화려한 색감 작품들로 관객 몰려
올해 전체 매출액 지난해 150억원 넘길듯
‘거장’들로 무게중심 잡아준 국내 대표화랑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조현화랑, PKM 등 국내 대표 화랑들은 국내 미술 대가들의 작품으로 아트부산의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가나아트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호평을 받았던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타카시를 비롯해 국내에선 이우환, 윤형근, 김창열 등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국제갤러리는 너무나도 친숙한 미디어 팝아트 작가인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아트 작품부터 단색화 대가들인 박서보, 하종현 작품을 내걸었다. 조현화랑에선 김종학 작가의 초대형 작품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은 갤러리는 이왈종 오세열부터 ‘컬러밴드’로 유명한 작가 하태임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관객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주요 갤러리들이 지난 수년간 ‘단색화’를 필두로 한 페인팅을 선보였던 것에 대해 ‘가격도 비싸고 다소 식상하다’는 관객 목소리도 들렸다. 고가 작품에 대한 관심도 적었다. 실제 30억원으로 올해 아트부산 출품작 중 최고가 작품인 샘 프란시스의 ‘무제’(1964~65)가 전시된 ‘아트 오브 더 월드’ 갤러리엔 생각보다 관객들의 발길이 쏠리지 않았다. ‘가볍고 화려한 작품’에 관객들 몰려
굵직한 대가들의 작품들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가운데 실제 관객들로 북적였던 곳은 중소 갤러리 부스였다. 최근 그리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작가로 미술팬들사이에 너무도 유명한 문형태 작가 작품들은 대부분 갤러리맥 등 소규모 갤러리에 걸려있었지만 상당수가 ‘판매완료’를 의미하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브루노아트그룹에서 내놓은 이윤희 작가 작품엔 그림을 보기위한 관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30일부터 이날까지 전시장을 동행한 최아진 아트코드 갤러리 대표는 지난해와 구분되는 이번 아트페어의 특징을 ‘신선함’, ‘젊음’,‘밝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볍고 화려한 단색 위주의 팝아트 작품들에 관객들이 몰렸다. 최 대표는 “재료적인 부분에서 작품이 다양해지고 아트쇼 콘셉트 역시 딱딱했던 작년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며 “무엇보다 비컬렉터들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작품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찾아와 100~300만원대 가벼운 작품들을 사려는 모습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50억 판매액 넘길 듯
국내 작가 못지 않게 외국 작가들에 대한 작품도 관심이 컸다. 지갤러리 앞엔 국내에서 핫한 외국 작가로 알려진 마이클 스코긴스 작품을 사진으로 찍기위해 모여든 여성 관객들로 붐볐다. 만화 캐릭터를 대형 스케치북에 낙서하듯 그린 그림들로 유명한 마이클 스코긴스 작품은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과 태양(본명 동영배)가 구매한 것이 알려지며 일반인들에게 유명세를 탔다. 최 대표는 “비컬랙터들이 아트페어에 오는 또다른 이유는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작품을 구매해 SNS등에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도 녹아있다”며 “자신에게도 SNS를 통해 ‘핫’한 작품에 대한 구매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이 많다. SNS 입소문은 최근 미술계 트랜드”라고 설명했다.
비콜렉터들이 늘면서 체감상 지난해 아트부산에 비해 관객 수가 20%가량 늘어났다는게 참가 갤러리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실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게 가장 달라진 모습이다. 부스 곳곳에선 “이 그림 팔렸나요?”, “이 작품 가격이 얼마인가요”라며 적극적으로 흥정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트부산의 지난해 미술품 거래액은 약 150억원으로 국내에선 두번째로 컸다. 아트부산 관계자는 “아트바젤 같은 곳에서 유명 대가들에게 가려 놓쳤거나 다시금 조명해볼만한 새롭고 참신한 젊은 작가들을 이번에 많이 소개한 게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올해는 (매출액이) 15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나흘동안 진행되는 행사는 일요일인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