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불량률 더 높은 차종 첫 리콜 때 제외돼
부회장 보고용 문건에 "결함원인은 '부품 강건성 취약'"
현대차, 엔진결함 리콜 규모 축소의혹…검찰, 내부문건 확보
미국과 국내에서 세타2 엔진 관련 리콜을 시행한 현대차가 결함 원인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정황이 담긴 내부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리콜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치도 담겼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등을 통해 현대차 내부문건을 다수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중 이목이 쏠리는 것은 '세타2 콘로드 베어링 소착 대응방안'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47만대 리콜을 결정하기 직전인 2015년 8월 작성됐다.

문건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 원인을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과 '오일라인 품질관리 미흡'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세타2 엔진 결함은 2011∼2012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 발생한 것이기에 국내 공장에서 제작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공정이 아닌 엔진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현대차가 숨겼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리콜 전 작성한 내부보고서에 이미 설계 구조 문제가 지적돼 있었던 셈이다.

교통안전공단도 현대차의 국내 리콜 결정 전 작성한 보고서에서 "현대차는 미국 공장만의 청정도 문제 및 국내 불량률이 낮음을 이유로 국내는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동일 엔진(세타2)을 사용하고 있는 차량에서도 엔진 소착(녹아서 눌어붙음)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를 리콜하고 나서야 2017년 4월 국내에 판매된 세타2 장착 차량 리콜을 결정했다.

그랜저HG·YF쏘나타·K5·K7 등 17만대를 리콜했다.
현대차, 엔진결함 리콜 규모 축소의혹…검찰, 내부문건 확보
문건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첫 리콜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치도 담겼다.

'앨라배마 생산 세타 GDI 엔진 대수 및 클레임 현황'을 보면 미국 1차 리콜 대상에 포함된 2012년식 쏘나타의 불량률(엔진손상 기준)은 평균 0.78%였다.

그러나 당시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기아차 소렌토·옵티마의 불량률은 평균 0.93%로 더 높았다.

문건을 보면, 현대차는 옵티마·소렌토 리콜 검토도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쏘나타만 리콜하는 것으로 규모가 축소됐고, 내부제보자에 의해 리콜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고서야 2017년 2차 리콜 때 옵티마·소렌토가 뒤늦게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베어링) 자체는 설계상 기준치를 만족했는데, 공장 청정도 문제로 이물질이 혼합돼 불량이 발생했다"며 "내부문건은 공정상 문제가 생겨도 불량이 발생하지 않는 '강건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엔진 설계 문제로 결함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검찰에서 조사받은 현대차 관계자 등은 일부 내부 문건이 신종운(67) 당시 현대차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양식을 갖췄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보고 체계, 리콜 관련 사안 보고 여부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현대차 리콜 은폐·축소 의혹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7년 서울YMCA로부터 자동차관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서울YMCA는 "현대차가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부 조사결과 발표와 강제 리콜이 임박하자 세타2 엔진에 대한 자발적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