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은 절대 안돼…인상폭 요구안은 민주노총과 조율"
김주영 "경제 민주화 추진해야 '을과 을 상생' 가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이윤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이 같은 경제구조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갈등' 구도에 갇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 나오지만, 노동계 입장에서 볼 때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좀 더 높여주고 소득을 좀 더 높여줌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비 능력도 늘려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일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의견 일치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인상 기조)은 조금 어렵더라도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본다.

-- 노동계가 보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할) 노동계 요구안은 (민주노총과) 조율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딱 어느 선이 적당하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조성돼온 여론으로 인해 노동계가 예전처럼 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점은 분명하다고 본다.

--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인가.

▲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깨진 게 사실이지만, 한두 해 더 가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은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속도 조절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임금 지급 능력을 어떻게 늘려줘야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지급 여력을 키워주는 방안을 정부, 경영계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것이다.

-- 노동계가 생각하는 대책은 있는가.

▲ 한국노총은 을과 을의 상생을 위한 '99% 연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이해관계를 좁히고 상생할 방안에 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노동자가 동네 골목 상권에서 물건을 사는 등 상생을 위한 캠페인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

-- 과도한 카드 수수료 등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 카드 수수료 등 문제에서는 대기업이 소상공인에 대해 굉장히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은가.

과도한 카드 수수료, 상가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 등을 착취라고 하면 과도한 표현이 되겠지만, 반드시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정부가 경제 민주화 조치를 통해 재벌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 하청업체와 소상공인에게도 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이 교체됐다.

어느 정도 중립적인 인사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기존 공익위원 8명의 사퇴 형식이기는 하지만, 교체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이 아쉽다.

이번에 선임된 공익위원들은 중립성 여부를 떠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큰 부담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인 만큼, 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부 등 외부로부터)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면 이는 강하게 배격해야 할 것이다.
김주영 "경제 민주화 추진해야 '을과 을 상생' 가능"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임하는 노동계의 협상 전략은.
▲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든 것처럼 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매국노'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 사회 양극화 해소,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2%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했고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이 굉장히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월급으로 따지면 175만원 정도다.

여기에서 4대 보험료 등을 제하면 얼마나 남겠는가.

실제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는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가구당 인원이 평균 3∼4명으로 나타나는데 이 정도 수입으로 과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겠는가.

한국노총은 합리적인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관철해나갈 것이다.

-- 최저임금 심의가 불리하게 진행되면 퇴장할 수 있는가.

▲ 벌써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최선을 다해온 책임 있는 조직으로, 욕을 먹어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최저임금 인상만 바라보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일각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을 요구한다.

▲ 동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업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도 마찬가지다.

경영계는 차등 적용의 예로 일본을 거론하는데 일본도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끌어올리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한국노총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주도했지만, 경사노위는 파행을 겪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회적 대화의 경험이 다들 일천하고 과거 노사정의 신뢰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

참여하는 주체들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화는 투쟁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사회적 대화는 한 걸음도 진전할 수 없다.

노동계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해야 하고 경영계도 상대방에게만 양보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결국 무산됐다.

▲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과 관계없는 의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 관련된 논의를 했으면 의견 접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히, 경영계가 요구한 사용자 방어권 부분은 노동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ILO 핵심협약만 놓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할 때 한 약속이고 야당도 집권 시절에 약속했던 사안이지 않은가.

그 약속의 정신을 살려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에 걸맞게 해야 할 책무들이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이 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준국일수록 선진국이다.

-- 한국노총은 200만 조합원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양대 노총의 조합원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조직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 성과들도 많이 나타난다.

한국노총은 합리적이고 노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노동운동을 해왔다.

파리바게뜨와 포스코 노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노총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완전히 불식하지 못한 점도 있고 조직 내부의 관성 문제도 있다.

위원장에 취임해 그런 부분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결국은 한국노총이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한다는 것을 국민도 인정할 것이고 많은 사람이 한국노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