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조여정(38)과 이정은(49)은 맞춤형 연기로 웃음과 페이소스를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박사장(이선균)의 아내 연교를 연기한 조여정은 관객 사이에서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아하고 단아한 외모를 지닌 그는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주로 부잣집 안주인이나 딸을 연기했다.
이번에도 부잣집 사모 역할이지만, 기존 배역과는 결이 다르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단순한 성격으로, 너무 순진해 남의 말에 잘 속는다.
고액 과외 교사를 채용하는 등 자녀 교육과 집안 내 모든 일을 관리하지만, 정작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른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여정은 "지금까지 맡은 다른 캐릭터보다 심플한 여자이다 보니 생각을 비우고 기택네 가족에 집중했고, 거기에 따라 리액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말투가 남아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성격은 연교와 전혀 다르다"면서 "저는 불필요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극중 연교 특유의 순수함은 각 상황과 엇박을 이루며 의외의 순간에 웃음을 안긴다.
조여정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연교한테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인간중독'(2014)에서 '그녀만의 묘한 기운'을 감지하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조여정은 "재작년 12월에 연락을 받았는데, 감독님이 '우리 영화 좀 이상해요' 하시길래 '저도 그런 거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조여정은 영화 '방자전'(2012) '후궁: 제왕의 첩'(2010), '워킹걸'(2015)과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완벽한 아내'(2017), '이혼변호사는 연애중'(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혀왔다.
'기생충'을 포함해 그의 연기력은 요즘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캐릭터 해석은 정교해졌고, 감정의 깊이는 한층 깊어졌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연교와는 또 다른 모성애를 보여줘 호평받았다.
자식의 잘못을 덮으려 위험한 선택을 하는 엄마를 연기한 조여정은 "촬영 내내 죄를 짓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너무 괴로웠고, 일상생활이 '다운'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가끔 '내가 이렇게까지 불행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물이 좋아서 '그렇게까지 힘들었던 게 맞았네'라고 여겼다"면서 "갈수록 사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은 박사장네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박 사장네가 이사 오기 전부터 그 집에서 일한 터줏대감으로, 연교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다.
이정은은 엄청난 에너지와 팔색조 연기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중반 이후부터 극 전면에 나서 코미디를 스릴러로 이끈다.
조여정은 "언니(이정은)의 연기는 넋 놓고 보게 된다"면서 "연기의 틀이 없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이정은은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해 30년 가까이 무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은 베테랑 연기자다. 2013년부터 수많은 드라마에 감초 역할로 출연했지만 '서브 여주인공'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 애기씨 고애신을 엄마처럼 돌봐주는 함안댁으로 사랑받으며 '함블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tvN '아는 와이프', JTBC '눈이 부시게' 등 드라마에서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와 봉 감독과 인연은 제법됐다.
이정은은 '마더'(2009)에도 얼굴을 비쳤고 '옥자'(2017)에서 슈퍼돼지 옥자의 울음소리를 연기했다.
봉 감독은 이정은에 대해 "대단한 배우인 줄은 알았지만, 매번 새롭고 놀랍다"면서 "목소리의 마법사이자 달인"이라고 극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