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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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1000만원을 다시 넘어섰다. 지난해 말 300만원 중반까지 추락한 뒤 6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가격 급등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 유명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강화한다는 소식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나온다. 가격 급등의 원인조차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이야말로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00만원대 거래되는 비트코인

국내 대표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지난달 31일 기준 코인당 1000만원 중반대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7일 1000만원대로 올라선 뒤 주중 내내 1000만원대를 유지했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대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1년여 만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다시 1000만원 됐지만…투자는 '신중 또 신중'
지난해 비트코인은 2600만원(1월 7일)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350만원(12월 15일)까지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비롯한 초강력 규제를 꺼내들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사실상 막혔다. 신규 자금을 말라붙게 한 결정타는 지난해 1월 30일부터 시행된 거래실명제다. 당시 정부는 명의 도용을 막고 투명한 금융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실명인증을 해야 새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을 의식해 신규 계좌 발급을 꺼리면서 중소형 거래소는 은행과 새 가상계좌 발급 계약조차 맺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초 하루 최대 10조원에 달하던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은 올 들어 5000억원대로 급감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불러온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빠져나갔던 자금이 각종 호재로 다시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와 함께 미·중 무역갈등으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서 대체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일부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이 자체 코인 발행이나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른 점도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개설한 가상화폐 선물거래소 백트도 오는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예측조차 불가능한 가상화폐 가격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엔 새로 가입하려는 투자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 동향 점검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투자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노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소수의 작전 세력에 의한 시세 조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어 일부 큰손이나 작전 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가격 부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폭락을 경험한 학습 효과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 가격 추세나 가격 변동 원인은 그 누구도 예측 불가능하다는 위험성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가상화폐 관련 보고서를 낸 한국투자증권의 송승연 연구원도 “당분간 비트코인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보다는 일종의 시장심리·유동성 지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