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공공부채 문제로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은 이탈리아 정부가 부채 감축을 위해 세금 체계와 공공 지출 등을 개혁할 수 있다는 뜻을 EU에 전달했다. EU 집행위원회로부터 4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이탈리아 정부가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반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날 EU 집행위에 발송한 서한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수립하기에 앞서 현재의 재정지출 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EU의 긴축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던 이탈리아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최근 페이스북 실시간 방송을 통해 “EU의 지출 한도는 낡았고 쓸모가 없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EU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EU의 요구를 무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U 집행위가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정부가 부채 증가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EU 지침 위반 혐의로 최대 35억유로(약 4조64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거라고 경고한 게 태도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EU와 격돌하는 것이 이탈리아 금융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영향을 끼쳤다.

EU 집행위는 서한에서 “국가 재정이 악화하고 부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이틀 안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