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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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이달부터 공무를 제외한 모든 비자 신청자에게 소셜미디어(SNS) 계정 아이디를 비롯해 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을 제출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추가 정보를 요구하던 관행을 사실상 미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확대하는 셈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달부터 비자 신청 양식 관련 법을 발효하고 단기 방문자를 포함해 모든 비자 신청자가 이 같은 내용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신규 양식에는 비자를 신청하기 전 최근 5년간 사용한 주요 SNS 아이디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해외여행 장소, 강제추방 이력, 테러에 연루된 가족 구성원 유무 등을 기재하는 난이 새롭게 추가됐다. 다만 외교용 또는 공적인 이유에서 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정보 제출 의무를 면제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테러 조직이 점령한 지역을 다녀온 이들에 한해 신원을 확인할 목적으로 SNS 아이디와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요구해왔다. 매년 6만5000명 정도가 이 같은 확인 절차를 거쳤다.

미 국무부는 매년 유학과 출장, 휴가 등의 목적으로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약 1400만 명의 여행객과 71만 명가량의 미국 이민자가 새 규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무부 측은 “비자 심사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국가안보”라며 “미국을 방문하려는 모든 예비 여행객과 이민자가 광범위한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합법적인 미국 여행을 장려하면서 미국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비자 심사 정책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및 입국심사 강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관련 법률안을 발표한 뒤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민자 차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미국 정부가 손쉽게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변경된 규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이슬람 지역 출신자에 대한 입국 차별이 전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