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6월 국회 정상화 협상이 또 결렬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둘러싼 문구 조정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2일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들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패스트트랙에 대한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 문구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오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내용이 정리됐는데 마지막 문구 때문에 합의되지 않았다”며 “한국당과 민주당 간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과 관련해 ‘합의 처리’를 합의문에 넣자는 주장을 고수한 반면 민주당은 합의 처리에 ‘노력한다’는 문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본회의 표결로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민주당 내부에선 ‘합의 처리’에 동의하는 순간 패스트트랙 법안이 물거품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합의 노력’이라는 모호한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6월 국회가 국회법상 의무 소집되도록 규정된 만큼 3일 중 단독으로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지금은 (단독 소집이) 꼭 필요한 것 같진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게 된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 원내대표도 “(국회 소집은) 교섭단체 간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바른미래당이 반대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쟁점 법안 처리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3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에 거듭 실패하면서 지난 4월 제출된 추경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오랫동안 국회에 머문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여야가 3일 극적으로 합의한다고 해도 국회 소집에 필요한 3일과 추경 심사에 걸리는 2주 내외의 기간을 감안하면 55일간 국회에 표류하게 된다. 2017년과 지난해 추경 처리 기간인 45일에 비해 열흘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