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중형 선고한 김세윤…중수부 '마지막 칼잡이' 윤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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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대한민국 법조인열전 (21)
'반골 기질' 있는 사법연수원 25기
대한민국 법조인열전 (21)
'반골 기질' 있는 사법연수원 25기
사법연수원 25기에는 1996년 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가 3명 있다. 천낙붕 최승수 천상현 변호사다. 이들은 검사 임관이 가능한 성적을 받았는데도 검사가 되지 못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검사임용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검찰의 부당한 ‘사상 검증’이 임용 탈락의 원인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천낙붕 최승수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 학생운동 관련 전과가 있었고, 천상현 변호사는 면접을 앞두고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을 적었다. 이들은 끝내 소송에서 졌다. 하지만 재야에서 승승장구했다. 천낙붕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이 됐다. 최 변호사는 굴지의 로펌인 지평의 파트너 변호사로, 천상현 변호사는 소형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연수원 25기는 그 어떤 기수보다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한다. 해마다 서너 번 마련하는 모임에는 수십 명씩 얼굴을 비치고, 달마다 1만원 회비를 걷어 동기 경조사를 알뜰하게 챙긴다. 기수 회장과 총무는 허은강 문철기 변호사가 각각 맡고 있다. 기수마다 따로 있는 서울법대 모임도 없앴다.
동기 부부도 4쌍이 나왔다. 문혜정 황기선 부장판사 부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오경미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이영욱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부장판사, 문주형 서울고법 판사와 임재동 김앤장 변호사, 왕정옥 수원고등법원 판사와 이숭기 화우 변호사 부부도 ‘연수원 CC(캠퍼스 커플)’다. 노정연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와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남매는 동시에 사시에 합격해 연수원에도 같이 들어왔다.
25기부터 ‘차관급’ 고법 부장판사 폐지
법원에서 25기는 ‘비운의 기수’로 통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25기부터 임명하지 않으면서다. 법원에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맡을 수도 있고 대법관이 되는 필수 코스로 여겨왔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주요 사건을 많이 맡으면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판사도 여럿이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영장전담 판사로 일하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월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판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판결문 분석 간담회까지 열어 성 부장판사를 맹비난했다. 그의 판사실에 장례식 조화가 배달되기도 했다. 성 부장판사는 김 지사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한동안 출퇴근길에 법원으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았다.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016~2018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패전담재판부)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들의 1심 재판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는 온화한 성품에다 특유의 재판 진행 방식으로 ‘선비’ ‘유치원 선생님’ 등의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주요 사건에서 보여준 양형은 매서웠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4년, ‘비선실세’ 최순실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법정구속시킨 이도 김 부장판사였다.
법관은 대개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25기 일부는 달랐다. ‘판사 노조’라는 논란 속에 탄생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지낸 최기상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공론화했다. 그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2014년 9월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가 품위 훼손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검찰개혁 설계자’ 김인회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현 정부 검찰 권력의 핵심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두 명이 모두 윤씨인 바람에 각각 ‘대(大)윤·소(小)윤’으로 불린다. 윤 국장이 나이도 적고 연수원 기수도 하나 늦어 ‘소윤’이다. 윤 국장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느라 사시 합격이 늦었다. ‘조세형사법’ 저자로 ‘조세통’이자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칼잡이’였다. 단군 이래 최대 경제비리 사건으로 불린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임종석·서갑원 전 의원 등을 줄줄이 기소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윤석열 지검장과 인연이 있다. 박 비서관은 2012년 박근혜 정부 초기 검사로 재직하면서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했다. 그는 윤 지검장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놓고 ‘윗선’과 마찰을 빚다 징계를 받았다. 2016년 검사복을 벗었고, 이듬해 5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후곤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동양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철피아(철도+마피아)’ 사건에서 활약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와 대검찰청 대변인 등을 거쳤다. 그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으로 ‘제2의 검란(檢亂)’ 조짐이 보이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갈등 봉합에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공동 집필한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현 정부 검찰개혁 정책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민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맏사위 이상주는 삼성行
법조인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활동 중인 25기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는 삼성전자 전무다. 그는 검찰에 있을 때 미국 유학을 가려고 휴직을 신청했는데 정치인 사위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역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옷을 벗고 삼성행(行)을 택했다.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은 판사 출신이고, 김윤욱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과 유승엽 삼성SDI 상무는 검사 출신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그는 15년 검사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리를 처음으로 밝혀내 전·현직 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내는 등 당내 ‘브레인’으로 꼽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기다.
2013년엔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동기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초기에 25기 기수 총무를 맡고, 연수원 수석이었던 유용현 변호사와 동업할 정도로 동기들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했다.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는 작년 드루킹 댓글 의혹사건 당시 허익범특별검사팀의 특검보로 활약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서 전문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율촌의 손도일 변호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세계변호사협회(IBA) 기술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4명이나 나왔다. 제35회 사시 수석인 권영준 교수를 비롯해 노혁준 박준석 윤지현 교수가 모두 25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연수원 25기는 그 어떤 기수보다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한다. 해마다 서너 번 마련하는 모임에는 수십 명씩 얼굴을 비치고, 달마다 1만원 회비를 걷어 동기 경조사를 알뜰하게 챙긴다. 기수 회장과 총무는 허은강 문철기 변호사가 각각 맡고 있다. 기수마다 따로 있는 서울법대 모임도 없앴다.
동기 부부도 4쌍이 나왔다. 문혜정 황기선 부장판사 부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오경미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이영욱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부장판사, 문주형 서울고법 판사와 임재동 김앤장 변호사, 왕정옥 수원고등법원 판사와 이숭기 화우 변호사 부부도 ‘연수원 CC(캠퍼스 커플)’다. 노정연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와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남매는 동시에 사시에 합격해 연수원에도 같이 들어왔다.
25기부터 ‘차관급’ 고법 부장판사 폐지
법원에서 25기는 ‘비운의 기수’로 통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25기부터 임명하지 않으면서다. 법원에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맡을 수도 있고 대법관이 되는 필수 코스로 여겨왔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주요 사건을 많이 맡으면서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판사도 여럿이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영장전담 판사로 일하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월엔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판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판결문 분석 간담회까지 열어 성 부장판사를 맹비난했다. 그의 판사실에 장례식 조화가 배달되기도 했다. 성 부장판사는 김 지사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한동안 출퇴근길에 법원으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았다.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016~2018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패전담재판부)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부장판사는 국정농단 사건들의 1심 재판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는 온화한 성품에다 특유의 재판 진행 방식으로 ‘선비’ ‘유치원 선생님’ 등의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주요 사건에서 보여준 양형은 매서웠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4년, ‘비선실세’ 최순실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법정구속시킨 이도 김 부장판사였다.
법관은 대개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25기 일부는 달랐다. ‘판사 노조’라는 논란 속에 탄생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지낸 최기상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공론화했다. 그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2014년 9월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가 품위 훼손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검찰개혁 설계자’ 김인회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현 정부 검찰 권력의 핵심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두 명이 모두 윤씨인 바람에 각각 ‘대(大)윤·소(小)윤’으로 불린다. 윤 국장이 나이도 적고 연수원 기수도 하나 늦어 ‘소윤’이다. 윤 국장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느라 사시 합격이 늦었다. ‘조세형사법’ 저자로 ‘조세통’이자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칼잡이’였다. 단군 이래 최대 경제비리 사건으로 불린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임종석·서갑원 전 의원 등을 줄줄이 기소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윤석열 지검장과 인연이 있다. 박 비서관은 2012년 박근혜 정부 초기 검사로 재직하면서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했다. 그는 윤 지검장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놓고 ‘윗선’과 마찰을 빚다 징계를 받았다. 2016년 검사복을 벗었고, 이듬해 5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후곤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동양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철피아(철도+마피아)’ 사건에서 활약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와 대검찰청 대변인 등을 거쳤다. 그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으로 ‘제2의 검란(檢亂)’ 조짐이 보이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갈등 봉합에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공동 집필한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현 정부 검찰개혁 정책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민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맏사위 이상주는 삼성行
법조인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활동 중인 25기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는 삼성전자 전무다. 그는 검찰에 있을 때 미국 유학을 가려고 휴직을 신청했는데 정치인 사위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역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옷을 벗고 삼성행(行)을 택했다.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은 판사 출신이고, 김윤욱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과 유승엽 삼성SDI 상무는 검사 출신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그는 15년 검사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리를 처음으로 밝혀내 전·현직 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내는 등 당내 ‘브레인’으로 꼽힌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기다.
2013년엔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동기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초기에 25기 기수 총무를 맡고, 연수원 수석이었던 유용현 변호사와 동업할 정도로 동기들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했다.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는 작년 드루킹 댓글 의혹사건 당시 허익범특별검사팀의 특검보로 활약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서 전문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율촌의 손도일 변호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세계변호사협회(IBA) 기술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4명이나 나왔다. 제35회 사시 수석인 권영준 교수를 비롯해 노혁준 박준석 윤지현 교수가 모두 25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